육·해·공군 성폭력 피해자, 왜 모두 '부사관'이었나?
육·해·공군 성폭력 피해자, 왜 모두 '부사관'이었나?
  • 이경현 기자
  • 승인 2021.08.2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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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 이어 해군에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8월13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의 모습. 2021.8.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신윤하 기자 = 해·공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여성 부사관(A하사)이 상급자로부터 성추행 피해 신고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피해자들은 모두 부대 내에서 2차 피해에 노출됐다는 공통점이 있어 논란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군대 특유의 폐쇄적이고 계급사회로 인한 상급자-하급자간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를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처방'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8일 육군 등에 따르면 A하사는 작년 4월 임관 후 강원도 지역 모 사단에 배속된 후 직속상관 B씨의 '사귀자'는 제의를 거절한 뒤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괴롭힘(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하사는 같은 해 8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소속 부대에 정식으로 신고했고, B씨는 9월 초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무슨 이유에선지 사단 법무실은 B씨를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이후 11월 A하사의 고소에 따라 현재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공군에선 이모 중사가 지난 3월 임관 상급자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신고한 뒤 장 중사 및 다른 상관으로부터의 회유·협박, 그리고 전출 부대 내 신상유포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 해군에서도 제2함대 예하 도시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던 C중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C중사는 5월27일 상관인 D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E상사에게 보고했지만, 당시 E상사는 C중사가 "피해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단 이유로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군사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예비역 해군 소령)은 군의 폐쇄적인 문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각각 비행장, 섬, 사단 등 상대적으로 울타리가 작은 부대 내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세가지 사건의 공통점이 부대구조의 폐쇄성이다"라며 "군 특유의 고립된 특성에 코로나 정국으로 폐쇄적인 문화가 더 가중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법무법인 승전 최영기 변호사는 "상명하복식의 계급문화로 사회와 비교해 피해자가 선택의 폭이 좁다"라며 "폐쇄적인 공간 내에서 가해자를 원할 때까지 배제할 수 있는 제도 등이 없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지휘체계로 인해 신고자의 피해 사실이 지휘보고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추측해 주변 동료들이 알게됨으로써 피해자가 어떻게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교는 "결국 진급의 문제인데, 하급자는 상급자가 무슨 일을 하든 충성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가장 크다"라며 "진급 과정만이라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만 돼도 대다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1은 전·현직 부사관 7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해봤으나, 혹시 모를 신원 노출을 우려해 응하지 않았다.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이명숙 변호사는 "언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만 대안을 내놓으면 땜질처방에 그친다"라며 "대안 마련의 공론장에는 여전히 전·현역 장병들의 목소리가 소외돼 있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필요하다면 가해자가 바라보는 문제 해결 방안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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