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강남 스킨케어 전문가가 제주서 월동무를 팔다
[귀거래사]강남 스킨케어 전문가가 제주서 월동무를 팔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21.09.04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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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 제주귀농귀촌협회장 "8년전 제2인생 시작"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제주가온 대표이자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숙씨©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겨울무는 인삼만큼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월동무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있다.

제주에서 월동무 조수입은 18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감귤에 이어 제2의 소득작물로 꼽힌다.

그러나 월동무는 매년 과잉생산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2020년산 월동무 재배면적은 5990㏊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8%, 1.9% 증가해 적정 재배면적인 5287㏊보다 11.7% 늘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밭에서 수확조차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월동무를 보며 '아깝다' 정도로 끝이 났겠지만 이기숙(55)씨는 달랐다.

'과잉생산되는 월동무를 버리지 말고 상품화할 방법은 없을까?'

이기숙씨의 사업가 DNA가 꿈틀거렸다.

◇강남 피부미용 전문가가 제주로 온 까닭은?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소재 '제주가온' 대표이자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숙씨가 제주에 정착한 때는 8년 전인 2013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 대도시에서 살아온 이씨는 자신이 타향 그것도 바다 건너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직업도 농사와는 전혀 무관해보이는 스킨케어다.

20년 넘게 피부미용 전문가로 서울 강남에서 활동한 이씨가 제주와 인연을 맺게 한 것도 피부였다.

이씨는 "한국피부미용협회 전국 각지의 회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제주에서 온 분이 마유(말기름)를 소개해줬다"며"직접 마유를 발라보니 효과가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마유는 예로부터 화상 환자 치료에 쓰일정도로 피부 재생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거다" 싶었던 이씨는 마유 사업을 하기위해 제주를 찾았다.

사업차 방문했던 제주는 순식간에 이씨를 사로잡았다. 누군가에게는 척박한 섬일지몰라도 그에게는 기회의 땅이었다.

이씨는 "제주는 인구는 대도시에 비해 작지만 수백만명이 오가는 관광도시여서 부지런을 떨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주드림'을 품게됐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 무밭에서 농부들이 월동무를 수확하고 있다.월동무 과잉생산은 제주 농작물의 고질적인 문제다(뉴스1DB)© News1

 

 


이씨는 월동무가 과잉생산돼 버려질 정도라는 얘기를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씨는 "제주에 사는 지인이 어릴때 월동무를 조청에 절여서 간식으로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무정과(무를 삶아내 여러 가지 색의 설탕이나 조청 등에 투명하고 윤기나게 조려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한과)에 도전했다"며 "처음에는 정과가 끈적거려서 손에 묻어 먹기가 불편했지만 요리 전문가의 조언으로 깨를 토핑해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무정과는 무를 조청에 넣어 12시간 조리고 건조하는 작업을 3차례 반복하는 정성이 들어간다.

무정과는 달지않으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맛도 맛이지만 소화에도 좋고 비타민C도 풍부하다고 이씨는 극찬했다.

이씨는 도내에서 유기농무를 구입해 정과 재료로 쓰고 자신이 직접 무농사도 짓고 있다.

이씨는 "무정과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 판매하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아 아직 사업 초창기이기는 하지만 한번 구입한 분들의 재구매 의향이 높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대했다.

이씨는 무정과 이외에도 기존 마유크림 개발과 함께 제주의 또 다른 대표작물인 당근과 비트를 이용한 정과도 생산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가온 대표이자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숙씨© 뉴스1

 

 


◇"먼저 다가가고 배려하면 마음의 문 열려요"

초짜 귀농인이었던 이씨는 어엿한 귀농인 선배가 돼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까지 맡게됐다.

그는 제주에서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솔직히 제주도민들이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잘 열어주지 않더라"며 "'육지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봤다"고 했다.

그는 "귀농인들이 도민들에게 먼저 배려하고 다가서야 한다"며 "뭐라도 하나 더 드리려고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다녔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상대방이 먼저 내게 다가오더라"고 했다.

그는 또 "퇴직하고 무턱대고 제주에 집 한채 사놓고 1~2년 견디지 못하고 가는 분들이 많다"며 "한두달 정도 제주에 살면서 지역상황을 살피는 등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귀농에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

제주도 귀농귀촌센터를 건립해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싶다는 이씨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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