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요가 강사서 농부 변신…인생 2막은 '달달'
[귀거래사] 요가 강사서 농부 변신…인생 2막은 '달달'
  • 최용희 기자
  • 승인 2021.11.19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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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서 영농법인 운영하는 이병국 대표
"어른들에 먼저 인사하고 주민들과 막걸리"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이병국 강진유니온식품 영농조합 대표 © News1


(강진=뉴스1) 박진규 기자 = 추수가 끝난 늦가을 농촌 풍경은 한가롭다. 논에는 볏짚을 말아놓은 마시멜로 같은 곤포 사일리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밭에는 김장용 배추가 싱싱한 푸른빛을 띠고 있다.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가며 한참을 달려 도착한 전남 강진군 신전면 수양리. 띄엄띄엄 자리한 집들 사이에 대문도 없이 곧바로 널찍한 마당이 나오는 집에 다다르니 '유니온식품 영농조합법인'이란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강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소개받은 이병국 사장(58)을 만나러 왔다. 특히 강진 평생교육원에서 요가 강습을 재능기부하고 있다는 귀띔이 솔깃했다.

그는 5년전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강진 귀농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이병국 사장은 "중학교 졸업 이후 고향을 떠나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며 "이제는 인생 후반전을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한 그는 부인과 함께 서울에서 보습학원과 필라테스, 요가 학원을 운영했다.

나이가 지천명을 넘어서며 2명의 아들도 장성해 독립한 이후로는 평소 꿈꿔왔던 농촌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부인은 편의시설도 부족한 시골에서 살 자신이 없다며 거절하자 결국 혼자 낙향을 실행했다.

어머니가 살다 광주로 옮겨가 빈집으로 남아있던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농촌체험 민박으로 활용하고 마당 한쪽에는 저온저장창고와 채소 가공을 위한 기계들도 갖췄다.

 

 

 

 

 

 

 

이병국 사장이 재배한 비트.© 뉴스1

 

 


귀농 첫 해에는 야심차게 양파와 마늘을 2000~3000평씩 재배했다. 군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도 받고 나름 책들도 찾아보며 노력한 결과 농사는 아주 잘 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양파와 마늘값이 폭락했다. 인부들 인건비와 농약·자재값을 제외하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다음해는 비트와 양파를 재배해 창고에 저장해 놨으나 판매가 안돼 몇 톤씩 썩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 사장은 "직접 모종을 기르고 정성스럽게 수확한 농작물을 팔지 못해 창고에서 썩는 모습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며 "뉴스로만 접하던 산지 폐기를 직접 하게 되면서 농민들이 자살하는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결국 직접 생산보다는 가공, 유통에 전념해야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벤처농업대학 1년 과정을 수료하고 생산과 가공, 상품화, 유통판매, 농촌체험을 한꺼번에 하는 6차 산업을 익혔다.

주변에서 재배한 양파, 콜라비, 비트, 꾸지뽕 등을 받아 즙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데 주력했다.

농민들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판매해 신뢰가 깊고 신선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물론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판매하니 가격도 저렴했다.

지난해 5월에는 농민 10여명과 함께 유니온식품 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첫 해 7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부터는 연간 1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본인 또한 매입하거나 임대를 통해 1만평 농지에 벼와 꾸지뽕, 비트, 양파, 마늘, 새싹보리, 도라지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병국 사장이 강진군 평생학습원에서 요가 강습을 하고 있다./뉴스1

 

 


바쁜 시간을 쪼개 군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원에서 필라테스와 요가강좌를 주 1회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귀농 초반 동네 주민들과의 관계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느날 마을이장이 건의사항이 있다고 찾아왔다. 이 사장이 길에서 주민들과 마주쳐도 인사도 잘 안하고 마을 모임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 등 예의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작 본인은 농업기술센터 교육과 여러 일로 정신없이 바삐 움직였으나 동네 어른들에게는 불경스러운 모습으로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싶어 다음날부터 차를 타고 가다가도 마을 어르신이 걸어가면 차에서 내려 인사하고 동네 주막에 가서 막걸리도 틈틈이 마시면서 주민들과 어울렸다.

그는 "나를 낮추고 베풀면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지만 지역민과 갈등만 일으키면 다시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한다"고 경험으로 배운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이병국 사장(왼쪽)은 농번기철이면 마을 주민들에게 떡과 음료수를 전달하며 친목을 이어간다.© 뉴스1

 

 


귀농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행동요령으로 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있는 척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말한 상농(上農)·후농(厚農)·편농(便農) 등 3농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상농은 존경받는 농사며 후농은 부유한 농사, 편농은 편안한 농사를 지칭한다.

그는 "성공한 농부들을 벤치마킹하는 게 귀농의 지름길"이라며 "농업기술센터에서 임대해 주는 기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인건비가 많이 드는 농사 보다는 판로가 확실하고 가격이 보장되는 작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전했다.

비록 농사꾼이지만 1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다니겠다는 그의 인생 2막 귀농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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