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당할 줄 알면서도… “나는 안 그렇겠지”
토사구팽 당할 줄 알면서도… “나는 안 그렇겠지”
  • 이두 기자
  • 승인 2016.05.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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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사구팽(兎死狗烹).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사성어다. 토끼를 잡은 사냥개도 쓸모없으면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필요있을 때 써먹고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으면 발길로 내치거나 목숨까지 빼앗는 것이다.
​  지난 17일 별세한 김재순 전국회의장은 ‘토사구팽’의 교훈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1992년 대선당시 민정당계였던 그는 3당합당으로 들어온 김영삼 대통령을 지지하며 당선시키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음해 공직자 재산 공개 과정에서 부정축재 의혹을 받으며 물러나야만 했다. 그가 남긴 말이 ‘토사구팽’이었다. 생전에 김영삼을 용서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  중국의 여러 나라가 난립하던 춘추시대. 월나라가 패권을 잡도록 신하 범려와 문종이 활약했다. 공적으로 큰 감투를 썼지만 범려는 월나라 왕 구천을 믿지 못했다. 월나라를 탈출하며 문종에게 편지를 보내 피신하도록 충고했다. ‘새 사냥이 끝나면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나면 사냥개를 삶아먹는다’. 우물쭈물하던 문종은 구천으로부터 반역 의심을 사 결국 자살한다. 토사구팽의 유래다.
​  중장년들은 그동안 살면서 여러차례 크고작은 토사구팽을 겪었다. 믿었던 친구의 빚보증을 서줬더니 막대한 빚만 남기고 사라졌다. 재기한 친구는 나를 몰라라 한다. 상사대신 구정조정이라는 칼을 대신잡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으나 이제 너 필요없다며 강퇴당했다. 한탕한 모든 책임을 치고 교도소까지 갔으나 의형제같은 선후배들이 사라졌다. 어찌보면 인생이란 아는 사람들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것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  대부분의 인간은 팽을 당하기까지 자신만은 팽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토사구팽’의 교훈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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