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깨끗이 쓰신다면 오늘 본 것을 평생 비밀로…”
“저를 깨끗이 쓰신다면 오늘 본 것을 평생 비밀로…”
  • 이 두 기자
  • 승인 2016.05.2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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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화장실변기 문구 진화…‘오줌 흘리지 말라’서 ‘총을 정말 잘 쏜다’까지

 

  경기도 시흥에 사는 김영철(55)씨는 최근들어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기가 겁난다. 언제부턴가 오줌발이 약해진 것은 물론 오줌이 마지막까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바지에 조금씩 묻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기 전에 반드시 변기앞 바닥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누가 오줌을 흘렸는 지 살펴보고 깨끗한 바닥을 자신이 더럽히면 안된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갈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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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남성들은 50대가 넘어서면서 오줌이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일부는 흘리게 된다. 그래서 남성 공중화장실에는 ‘오줌을 흘리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글귀들이 마치 보초병마냥 노려보듯이 변기 위에 붙어있다.
​ 변기위 눈높이 위치에 적혀있는 문구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걸음만 앞으로 서시오’ ‘오줌 흘리지 마세요’ ‘깨끗이 사용합시다’ 등 직접적인 문구였다. ‘바닥이 자주 더러워집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 부탁드립니다’ 같은 청소하기 힘들다는 청소부의 하소연이 가득남긴 글귀도 있다.
​  최근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같은 시적 문구가 많이 눈에 띈다. 나름대로 감성에 호소하겠다는 뜻이다.
​  인천의 한 공공기관 화장실에는 많은 이용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가 있다. ‘저를 깨끗이 쓰신다면 오늘 본 것을 평생 비밀로 하겠습니다’였다. 무엇을 봤으며 뭘 비밀로 하겠다는 건지. 서울의 한 노래방 화장실 변기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총을 정말 잘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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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정작 답답한 것은 오줌을 누어야만 하는 중장년 노년들이다. 이들이라고 흘리고 싶어 흘리겠는가. 변기제조업자들의 획기적인 발명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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