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내가 언젠간 손볼거야”… 분노의 대한민국
“저거 내가 언젠간 손볼거야”… 분노의 대한민국
  • 이두 기자
  • 승인 2016.05.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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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강제퇴직·갑질·배신·끝없는경쟁 참기 힘들어…“탈출구는 몰두할 일 찾는 것”

 

2016년 대한민국은 '분노 공화국'이다. 강퇴, 실직, 가정불화, 갑질, 사회적무시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최근 ‘강남역 살인’이나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보복운전’은 분노의 또 다른 표현이다. 2016년 대한민국은 분노공화국이다.
​  중견기업의 이세정(48) 부장은 2015년 10월초 인사담당 임원의 부름을 받았다. 팀이 해체되니 팀원들 대상으로 명퇴희망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대상자는 팀원 10명 중 절반이었다. 인사팀은 해당자를 찍어서 이부장에게 건넸다. 해당자는 하나같이 회사에 연이 없는 친구들이었다. 알게모르게 대상자 이름이 알려졌고 결국 3명이 알아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12월초에는 이부장이 옷을 벗었다. 이부장은 회사와 그 임원에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  의료기 소모품 납품업을 하는 박영철(50)씨는 몇달째 잠을 못이루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 때문이다. 최근 박씨는 병원으로부터 일방적인 반품 요구를 받았다. 박씨는 병원에서 특별히 주문한 제품이기에 다른 병원에서 쓸수 없기에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대금 2000여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박씨는 소송을 생각중이다. 박씨는 그동안 병원의 일방적인 갑질에 너무나도 화가 나있다.
​  지방 중견기업의 고문인 차인길(61)씨는 최근 40년된 고교 동창과 등을 돌렸다. 회사의 소송건과 관련해 지방 고위공무원인 동창에게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해결방안이 있는 지를 물었다. 차씨는 동창으로부터 당신네 기업은 우리 지역에서 나가야한다는 싸늘한 답변을 들었다. 충격이었다. 차씨는 ‘40년 우정’이 배신당한 것같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  2016년 대한민국은 분노의 사회다. 특히 인생의 여러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5070세대는 강제퇴직에, 거래처의 무리한 갑질에, 친척이나 친구나 지인의 배신에 다시한번 삶을 곰씹으며 희망대신 분노와 좌절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병원의 횡포에 거래포기까지 생각한다는 박영철씨는 “도처에서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신채호 선생 말씀대로 ‘아와 비아의 투쟁’을 벌이는 것같다”고 말했다.
​  개인의 분노가 커지는 것은 사회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데 앞날이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회 전문가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파이가 더 이상 커지긴 힘들다”며 “사회와 국가에 대한 개인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면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화되기 전에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망한다. 대기업 중심의 정책 재편, 일자리 나누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현실적인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 생활에 30년만에 최근 퇴직한 김일구(59)씨는 “퇴직전까지 어떡해든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하려 했었다”며 “이제는 내가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생각으로 한국 사회가 그만큼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어느 직장에서는 선배가 이직하며 영업력이 뛰어난 후배들을 빼가자 칼이 택배로 배달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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