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안과 밖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안과 밖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11.0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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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마임(1인 무언극)의 연습과정을 보면 배우는 가장 먼저 허공에 한점을 찍는 연습을 한다. 마음속에 응시한 곳에 정확히 점을 찍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성공했다고 여겨지면 그점을 살며시 잡아본다. 없는 점을 있다고 여기며 손끝으로 잡은 한 점을 양쪽으로 늘인다. 그것이 선이다. 하나의 점에서 수많은 방향의 선이 탄생한다. 점도 선도 무한대로 양산된다. 그런 선중에서 세개를 이어 삼각형을 만든다. 최초의 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삼각형은 단 한개의 면으로만 존재하며 이동성이나 복제성을 가지지 못한다. 점과 점 ,점과 점을 잇는 선은 어떤 곳에도 어떤 방향으로도 설정될 수 있지만 삼각형으로 만들어진 면은 그 자리에 실재성으로 존재해야한다. 배우는 삼각형을 최초의 면으로 시작하여 무수한 면들을 설계하고 조합하여 문을 만들고 문의 손잡이를 만들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우리는 스스로 일인극의 배우가 되어 일생동안 수많은 문과 집을 만들고 세우고 부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삶의 과정은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여과없이 관람된다. 또한 우리는 모든 타인들을 응시하는 관객으로 다중적인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자신에게는 주연이지만 타인에게는 관객이다.​ 배우와 관객은 무대위와 무대밖으로 구분되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간섭한다. 남이 보고싶은 것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분리되어 시연되지않고 혼합되어 모호해진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건축물로가는 과정이 일반적인 삶이라면 역으로 분해해보는 것도 가끔은 필요할 것이다. 집의 천장을 벗겨내고 기둥을 뿌리뽑고 벽돌을 허물었을 때 무엇이 남는가...

나의 삶의 기초를 만든 삼각형의 3점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가? ..조립과 해체를 되풀이해보라..안과 밖은 결국 나란히 마주보는 하나이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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