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17년… 이별이 쉽지 않았다
반려견과 17년… 이별이 쉽지 않았다
  • 이두 기자
  • 승인 2018.10.06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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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추억 가득, 인간 나이로 85세 정도... 반려견 시장 날로 커져

 

17년과 함께 한 반려견과의 이별이 쉽지않았다. 반려견과 즐거웠던 한때.

  함께 먹고 함께 자고 놀며 17년을 동행했던 반려견이 5일 눈을 감았다. 이틀 전까지는 먹이를 달라고 재촉하며 허겁지겁 먹었다. 하루 전에 먹이를 주었더니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4식구가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새벽 5시쯤 먹이를 주며 “너는 왜 이렇게 우리 가족을 고생시키냐” 며 일방적으로 얘기를 퍼부은 것이 마지막 대면이었다. 올해를 넘기려나 하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듯한 그의 죽음에 가족은 모두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아직 죽지 않았지” “아니야 아직 숨쉴거야” 가족들은 여러 차례 그의 몸을 만지며 확인했다. 그러나 혓바닥 등 그의 몸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동물병원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고 단번에 판정했다. 장례지까지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집단 화장을 선택하고 생을 다한 반려견을 병원에 맡겼다. 오지않던 비가 이날 오전 축축하게 내렸다. 얼마전 동물병원에 갔을 때 그의 나이가 인간으로는 85세 정도 된다고 했다.
 반려견은 말티즈종으로 2001년 태어나 2002년 월드컵 직후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었다. 동물 분야 권위자인 윤신근 박사와의 인연으로 유기종인 그를 넘겨받았다. 애지중지하며 집으로 데리고 왔지만 두려움에 떨던 첫 모습을 잊을수 없다. 보름여만에 집에 적응하며 볼일을 정해진 곳에서 스스로 해결했다. 지난 17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야근이 잦아 모든 식구들이 자는 한밤중에 들어와도 그는 언제나 반겼다. 초인종이라도 누르면 내가 언제 잤냐는 듯이 거실을 미끄러지듯 달려나와 내게 안겼다. 함께 외출할 때면 갈 때와 돌아올 때를 귀신같이 알았다. 목적지를 향해 갈때면 차안에서 긴장을 놓지않고 선잠을 잤다. 집으로 돌아올때면 ‘날 잡아잡슈’ 하듯 늘어지게 잠을 잤다. 강원도 울진이나 경상도 통영 등 휴가도 여려 차례 함께 했다. 해수욕장에 빠뜨려 놓으면 살겠다고 본능적으로 개헤엄을 쳤다. 그는 자신만의 서열을 매겼다. 항상 밥을 주고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다해주는 아내가 1순위였다.
 늙어가는 반려견을 보며 인간과 정말 흡사하다고 느꼈다. 오래 전 이가 빠졌기에 먹이를 갈아서 건강보조제와 섞어 입맛에 맞게 음식과 물을 대령했다. 지난해부터 아무데서나 볼일을 봐 기저귀를 차야했다. 부축해 세워놓으면 자기 몸이 신통치않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음만은 청춘인양 앞으로 달려나갔다. 머리를 처박거나 옆으로 넘어지기 일쑤였다. 여러 차례 넘어진 상처로 어깻죽지에 딱지가 앉기도 했다. 새벽 4~5시면 그는 어김없이 ‘엉’‘엉’ 짖었다. “나 배고프니 밥달라” “기저귀가 축축하니 갈아달라” “지금 이 상태가 불편하니 들어달라”는 의사표시였다. 가족 중 누군가는 반드시 일어나 해결해 줘야 했다.
 나이든 반려견을 위한 상품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현실도 알게됐다. 기저귀 종류만도 여러 가지며 건강보조기구나 건강식품도 셀수 없을 정도다. 그를 위해 준비했던 여러 종류의 기저귀와 건강 식품들이 베란다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인연을 정리하기 위해 그를 위해 쓰였던 식기와 그릇, 칼, 가위 등은 치웠다.
 요즘같이 정둘곳없는 세상에서 사람은 물론이고 함께 생활하고 함께 추억했던 반려견과의 이별도 결코 쉽지않다.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는 가족들의 다짐이다. 지켜질 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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