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신 내가 아플 수 없을 까“ 75세 엄마는 울었다
‘딸 대신 내가 아플 수 없을 까“ 75세 엄마는 울었다
  • 이두 기자
  • 승인 2015.12.14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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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5세인 박점례 할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하늘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고 했다. 부랴부랴 전북 정읍서 밤막차를 타고 인천으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시간이 왜 이리 길기만 하던지.
 딸 김치숙(44)씨는 현재 입원중이다. 여성병으로 수술을 해야 말지 병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검사 중 몸의 여러 곳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래전 남편을 여읜 김 할머니는 딸 하나만 낳고 키웠다. 김 할머니는 6남 2녀중 장녀였다.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야 했고 식구가 많은 것이 좋지않다고 생각해 딸 하나만 낳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계란장사, 시장 노점, 여관업 등 안해본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돈은 좀 모았다.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떴다. 자신을 그렇게 고생만 시켜놓고 떠나다니. 괘씸한 양반.. 그래서 그저 딸 하나 보고 살았는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는 난생 처음본 기자에게 자신의 한평생 인생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말을 받아주는 기자가 정말 고마웠다며.
 이번 주말이면 또 병원에 간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입원해 있어 주말에는 간병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박점례 할머니는 없을 것이다. 대신 다른 환자 및 보호자와 새로 얼굴을 맞닥뜨릴 것이다.
 환자가 오래 입원하고 보호자도 병실을 자주 드나들면 서로 친해지기도 한다. 박점례 할머니처럼 남에게 서슴없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기도 한다.
 병실내에서도 세대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젊은 환자들은 거의 온종일 커튼을 치고 있다. ‘나를 귀찮게 하지 마라’는 무언성 시위다. 노인들을 커튼을 훌쩍훌쩍 제친다. 답답하다는 것이다. 노인들 둘이 입원하면 입원실은 시끄럽다. 한평생 살아온 그들의 인생사가 남은 듣건말건 병실내에 울려퍼진다. 젊은이들에게는 고문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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