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술 시간’
‘공포의 기술 시간’
  • 이두 기자
  • 승인 2019.01.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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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들이 사진으로 지나간 즐거운 시간을 떠올려보는 '추억의 포토' 코너를 신설합니다. 첫회 '잊을 수 없는 제도기'로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1971년 중학교 1학년 기술 시간이었다.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각자 제도기를 준비하라고 했다. 어머니를 졸라 초등학교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제도기를 구입했다. 복잡하면서도 모양새도 신기한 제도기가 생기니 진짜 코흘리개 초등생을 마치고 갑자기 훌쩍 커진 중학생이 된 것같았다. 마음이 한없이 들떠있던 이 때까지만 해도 공포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제도기를 이용해 선을 긋거나 도형을 그려 나갔다. 기술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단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직선의 굵기가 다르거나 조금이라도 휘어지고 지우개로 지운 자국이 있으면 여지없이 체벌이 가해졌다. 말 그대로 공포의 기술 시간이었다. 나름대로 실력이 뛰어났던 기술 선생님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내가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선생인데 내가 가르치는 놈들이 감히 제도를 지멋대로 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기술 선생님은 우리에게 항상 도형 그리기나 전개도 등 제도 숙제를 내어주셨다. 그리고 기술 시간은 말그대로 검사와 체벌의 시간이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입학 당시 교복이 커서 남의 옷을 빌려입은 것같았던 친구들이 어느새 교복과 어울리는 모습을 띠었다. 제도 실력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도형 그리기 실력이 엉망이었던 우리들의 기술 노트가 1년여만에 깨끗해졌다. 도형을 지우개로 지우거나 고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형 그리기에 자신이 붙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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