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 창의력이 대단해... 소신도 있고"(검사의 세계2)
"김검사, 창의력이 대단해... 소신도 있고"(검사의 세계2)
  • 김별 변호사
  • 승인 2019.01.14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상에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구내 전화임을 알리는 불이 깜빡인다. 덜컥..가슴이 내려 앉았다. 부장님 호출이군. 부전지 붙여 반려하시면 되는데 내가 뭘 또 크게 실수했나 직접 부르시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부장님 방을 노크했다. 부임한지 3개월이 되었지만 웃사람을 보는 건 여전히 긴장된다. 대강 잘못을 짐작해야 미리 답변을 준비할 텐데 도무지 감이 안 잡히니. 더욱 월말이라 각 방에서 올린 기록이 책상위에 산더미였다. 어떻게 저 속에서 귀신같이 잡아내지. 공포의 빨간 연필을 들고 공소사실을 고치던 부장님이 평소와 다르게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검사. 창의력이 대단해. 소신도 있고. " "? 무슨 말씀이신지... "
머뭇거리는 나에게 부장님이 불구속 기소 사건 공판카드를 내밀었다. 부장님이 붙인 부전지에 시정하였습니다. 고 쓴게 보였다. 내 글씨였다.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물음표만 적은 부전지로 악명 높은 M 부장님과는 달리 부장님은 친절했다.지적한 대로 고쳐 올리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이번엔 공판카드 구형란에 물음표 하나만 찍어 내려 보낸 것이다.
처음으로 달랑 물음표 하나와 함께 돌아온 기록을 보며 M 부장님 휘하 검사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직접 물을 수도 없고. 한참을 머리를 쥐어짜다 아.. 이건가 하며 구형을 높여 다시 결재를 올렸는데...
"김검사, 특수절도 법정형이 어떻게 되지" "아차" 그제 서야 직접 부른 이유를 알았다. 다시 올리겠습니다. 기록을 들고 나오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부장님이 얼마나 웃으셨을까. 안주감이 하나 늘었군.
특수절도, 1년에서 10년 사이 징역형만이 있다. 벌금형이 없는데 버젓이 벌금 700만원으로 결재 올렸고, 기록이 반려되자 구형이 약해서 그런 것으로 짐작하고 1000만원으로 높여 다시 결재를 올린 것이다.

법에도 없는 벌금형을 그것도 두 번이나 구형했으니 창의력과 소신이 뛰어나다고 할 수 밖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