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은 지역적 특색에 맞는 말로...(검사의 세계5)
진정한 소통은 지역적 특색에 맞는 말로...(검사의 세계5)
  • 김별 객원필진/변호사
  • 승인 2019.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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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J 시는 각각 집에 법전을 한 권씩 비치하고 있다는 곳이다. 그만큼 고소사건도 고래 심줄처럼 질겨 검사들을 괴롭혔고 민사사안이라고 불기소 처분하면 불복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이에 경찰에서 제출한 증거 외에 추가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불복비율도 낮출 겸, 불기소 의견으로 올라 온 사건의 경우 고소인에게 사안을 설명하고 추가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당시 함께 근무하던 수사관 두 분 중 한 분은 남도 K, 한 분은 바로 J시 출신이었는데 캐릭터가 극과 극이었다. J시 출신인 분은 극도로 여유만만에 수사는 듬성듬성하는 한마디로 느긋한 한량 삘이 넘치는 스타일이었다그런데, K시 출신 분과는 달리 희한하게 무혐의로 올라온 사건 고소 취소를 척척 잘 받았다. "무슨 비결일까 "하루는 두분이 고소인에게 추가 자료 확인 전화를 어떻게 하나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성실한데다 수사도 치밀하기 그지없는 K시 그분은 차분하게 존대하며 조근조근 법리 설명을 하다 결국 고소인과 싸우기도 했다. 집에 법전이 한 권 씩 있다는 곳이니 고소인도 나름 따질 말이 있었다.
반면 J시 출신의 그분은 충청도쪽 억양도 살아 있는 J시 특유의 말투로 반말까지 섞어가며 얘기하는데 가만히 보니 고소인과 통화가 착착 장단이 맞는 느낌이었다. 60대 여성 고소 사건을 예를 들면 이렇다.

엄니? .. 검찰청이여. 000 고소 하셨구만요. 응응 그랴. 돈을 안 갚구 있구만. 속 상허겄네. 응응 그랴..
나야 이해 허징. 응응.. 근데.. 이게 말이여 죄가 안돼야. .. 그렁게 다른 자료 없쥬. 응응..어쩌겄어. 고소 취소하는게 워뗘요. 응응 그랴. 엄니 고마워유.

비결은 바로 고소인의 말을 잘 들어주고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것이었다. 고소인에게는 아무리 친절하다 해도 법리에 대한 설명보다는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들어주는게 필요했던 것이었다.
소통의 시작은 경청이란 걸 생생하게 깨달은 날이었다.
그런데 깨달음만으로는 부족했다. 이후 저도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말을 잘 들어주기는 했는데 고소 취소는 잘 못받는 거였다. 이유는 결정적으로 지역적 특색에 맞는 언어 구사가 안 되었다.
서울 출신인 제가 '엄니.. 그랴.. 응응.. 긍께 고소 취소 혀' ..잘 되었을까요 ^^

※필자 김별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사, 사기업 임원을 거쳐 현재는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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