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전에는 소성, 경원부, 인주로 불려(우리땅이야기9)
인천, 예전에는 소성, 경원부, 인주로 불려(우리땅이야기9)
  • 최재용
  • 승인 2019.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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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7대 왕비 배출, 한 마디로 잘 나가던 권력지
1413년 조선 태종때 인천으로 바뀌어

땅이름 이야기 시리즈로 인천 지명 유래 두번째다.

인천
인주가 왕비와 관계된 이름이라는 것은 공식 기록인 고려사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이다. "인주(仁州)는 본래 고구려의 매소홀(買召忽:미추홀이라고도 함)현으로 신라 경덕왕이 이름을 소성(邵城)이라 고쳐 율진군(栗津郡)의 영현(領縣)으로 삼았고, 현종 9년에 수주(樹州) 임내(任內)에 소속하였다가 숙종 때에 이르러 황비(皇妃) 인예태후 이씨의 내향(內鄕)이므로 올려 경원군(慶源郡)으로 삼았다. 인종 때 황비 순덕왕후 이씨의 내향이므로 지금 이름으로 고쳐 지주사(知州事)로 삼았으며, 공양왕 2년에 올려 경원부(慶源府)로 삼았다
여기 나오는 경원군(慶源郡)’이나 경원부(慶源府)경원(慶源)’경사의 근원이라는 뜻이다이 기록을 보면 왕비들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높여서 경원군·경원부또는 인주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경원부는 조선이 개국한 뒤에 다시 인주로 바뀐다.
이는 조선 건국의 최고 공신이자 초기 조선의 설계자라 할 정도전(鄭道傳)이 함경도 두만강 일대 땅을 경원부(慶源府)’라 이름 지은데 따른 것이다. 이곳은 태조 이성계의 선조들이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곳이니, ‘조선을 세우게 한 경사스러운 땅이라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경원부가 되자 원래 경원부였던 인천은 다시 인주로 돌아가야 했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 조선을 세운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고려시대에 왕실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잘 나갔던고을은 당연히 배척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인주가 태종 때 인천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인천은 그 뒤로 인천군(仁川郡), 인천도호부(仁川都護府), 인천감리서(仁川監理署), 인천관찰부(仁川觀察府), 인천부(仁川府) 등으로 행정구역 이름이 바뀐다. 하지만 인천이라는 이름은 계속 유지하다가 1948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마침내 인천시가 됐다.앞서 말했듯 인천은 고려시대에 7대에 걸쳐 왕비를 배출한 곳이라 하여 仁州’, 어진 고을이라 불리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왕비라는 큰 인물들이 여럿 태어난 큰 고을이라 해석하는 것이 한결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은 오늘날 어질 인으로 해석하지만 우리 중세 국어 때까지는 어질다는 뜻보다는 크다는 뜻으로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 중종 때 나온 한자(漢字)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역관(譯官:통역사)이자 뛰어난 언어학자이기도 했던 최세진이 지은 것으로, 그는 여기서 모두 3360 글자의 한자에 대해 당시의 한글로 각각의 소리()와 뜻()을 달아놓았다.

그런데 여기에 보면 클 인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반면 자에 대해서는 어딜(어질) 이라 풀이해 놓고 있다. ‘어질다는 뜻보다 크다는 뜻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크다는 뜻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은 인천앞바다에 있는 섬 덕적도(德積島)의 이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덕적도(德積島)는 삼국시대부터 중국과의 해상 교통에서 중요한 경유지 역할을 했다. 그래서 삼국사기등에 그 이름이 등장하는데, 당시 기록에는 덕물도(德物島)’ 또는 득물도(得物島)’로 나와 있다.
이어 조선조 세종 때 나온 용비어천가에는 덕적(德積)’이라 나오고, 그 밑에 덕물이라는 주()가 달려있다.
반면 그 뒤에 나온 고려사지리지(地理誌)에는 인물도(仁物島)’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결국 지금의 덕적도가 이전에는 덕물도, 득물도 또는 인물도라 불렸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덕물, 득물, 인물은 모두 큰물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한자의 뜻과 소리를 이용해 옮긴 것에 불과하다. '은 한자의 뜻을 따서 (큰 덕)’ 또는 (클 인)’으로 쓰고, ‘<>’은 한자의 소리만 따서 ()로 쓴 것이다. 한자의 뜻과 소리를 이용해 우리말을 적은, 이른바 한자차용표현(漢字借用表現)’이다.
'득물덕물의 발음이 조금 바뀐 것을 소리가 같은 한자어로 적당히 바꿔 쓴 것이고, 실제로 옛날 땅이름에서 은 흔히 바뀌어 쓰였다. 따라서 덕적도의 원래 우리말 이름은 큰물섬이고, ‘깊은 물(바다)에 있는 섬정도의 뜻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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