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역적(不可逆的)… 어떤 말도 불신 지우지 못해
불가역적(不可逆的)… 어떤 말도 불신 지우지 못해
  • 이두 기자
  • 승인 2015.12.3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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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역적(不可逆的).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이런 말이 있었던가. ‘위안부 타결’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눈길을 끈 단어였다. 한때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상위에 올랐다니 많은 사람들이 궁금했나보다. 과학 용어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성질을 말한다고 한다. 계란으로 후라이를 만들면 다시 계란이 되지 못한다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도 있었다.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이런 단어가 나왔을까. 한일 외교장관은 합의문에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고 했다. 일본 아베총리는 일본 외상에게 이 말이 안들어가면 협상을 깨고 귀국하라고 지시했다니 이 단어의 무게감을 가장 잘 알고 있었으리라. 한쪽에선 한국이 먼저 이 단어를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이 자꾸 말을 뒤집고 기존 담화의 책임 인정을 부정해왔기 때문에 절대 딴소리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였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처럼 난해한 말을 써가며 서로에게 수갑을 채우듯 옴짝달싹 못하게 했을까.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은 국제관계에서 최종적(final)이라는 단어와 달리 불가역적(irreversible)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은 어떤 좋은 말을 갖다 붙여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일본은 절대로 한국이 원하는 진실된 사과를 할 마음이 없다. 억지로 어거지로 하는데 어떻게 진실함이 나오겠는가. 일본 또한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생떼(?)에 신물이 났을 것이다.
 불가역적은 어느 새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소녀상 옆에는 ‘이 소녀상이 있는 자리는 어느 누구도 옮길 수 없는 불가역적 장소입니다’ 라는 문구가 놓였다. 연말에 전혀 뜻하지 않은 단어가 한국을 흔들어 놓았다.  역사의 역적을 만들 단어가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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