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택이 차범근에게 "너 멋대로 해라"…'꼰대' 없어 탄생한 레전드
이회택이 차범근에게 "너 멋대로 해라"…'꼰대' 없어 탄생한 레전드
  • 박웅석 기자
  • 승인 2020.02.14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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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 "실력 자랄수록 마음의 품도 커져야"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내가 축구를 하던 때는 저기 앉아 있는 이회택 선배의 시대였다. 이회택 선배를 비롯해 김진국 선배, 김재한 선배, 저기 앉아 있는 분들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것이다."

32번째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이 열리던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AW컨펜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만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해마다 이날이 오면 행복하고 울컥하다. 상을 줄 수 있어 행복하고 이들이 만들어 갈 미래가 내게는 꿈이 되어서 행복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젯밤까지도 행사를 취소해야하는가 많은 고민이 들었다.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꿈나무들의 소중한 시간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행사를 마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뿌듯하다. 행복하다"며 밝은 미소를 보냈다.

미래의 차범근, 내일의 박지성과 손흥민을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던 자리에서 차범근 감독은 "난 한국축구로부터 너무도 많은 것을 받았다. 그것에 보답해야한다고 다짐했고 또 실천해 오고 있다. 그 작은 노력이 30년 째 이어져오고 있다는 생각하니 뿌듯하고 또 위로가 된다"며 스스로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그가 받은 축복 중 하나는 '선배들의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내가 어릴 때는 이회택의 시대였다. 그리고 베켄바우어의 시대였다. 그때는 그들을 보면서 꿈을 꿨다"고 말한 뒤 "그때 저기 계신 이회택 선배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며 과거의 에피소드 하나를 전했다.

차 감독은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엄청난 스타였던 이회택 선배가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니 멋대로 하라'는 말을 해줬다. 이회택 선배를 비롯해 다른 선배들이 모두 이런 마인드 였다"면서 "만약 그때, 온 세상의 스포트라이트와 사랑이 집중되던 날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괴롭혔다면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축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유망주들에게도 선수로서의 성장과 함께 넉넉한 품을 당부했다.

차범근 감독은 "여러분의 미래에는 끝이 없다. 박지성,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을 능가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엄청난 꿈을 꿀 자격이 여러분들에게는 있다"고 말한 뒤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다. 실력이 자랄수록 마음의 품도 커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 감독은 "개인적으로 누구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잘 챙기지 못하는 편인데, 지금도 베켄바우어의 생일에는 꽃과 선물을 보낸다"고 말한 뒤 "그에게 감사함을 갖고 있어서다. 베켄바우어는 지금도 내 소소한 부탁을 절대 허투루 듣는 법이 없다. 그런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다.

높은 위치에 오를수록 더 겸손했던 베켄바우어와 이회택, 요즘 말로 '꼰대'처럼 어린 차범근을 대했다면 한국 축구의 전설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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