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물 대가' 59년생 이준익 감독, '자산어보'로 '변산' 아쉬움 털까
'시대물 대가' 59년생 이준익 감독, '자산어보'로 '변산' 아쉬움 털까
  • 최용희 기자
  • 승인 2021.03.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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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이준익 감독은 스스로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두서 없이 중구난방으로 찍었다"고 자조하듯 말하지만, 그를 보는 다른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사도'부터 '동주' '박열' 등을 본 요즘 관객들은 이 감독을 '시대물 대가'로 여긴다. 그가 만든 시대물은 현대물에 비해 작품의 만듦새나 내용적으로 좋은 평을 받을 뿐 아니라 흥행면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한 경우가 많다.

이준익 감독이 찍은 첫번째 사극 영화는 '황산벌'(2003)이다. 황산벌 전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백제군과 신라군이 각 지역에 따라 현재와 비슷한 사투리를 썼을지도 모른다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사투리'라는 요소는 사극이자 코미디 영화였던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 공식 구축되기 전 작품이라 정확한 관객수를 알 수 없지만 현재 집계 가능한 수치만으로도 277만명 이상을 동원했기에 흥행 면으로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황산벌'의 특별함은 사투리에만 있지 않았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벗어난 사극이라는 점에서도칭찬을 받았다. '황산벌'에는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비범한 존재가 아닌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한 명의 영웅이 선보이는 전쟁 활약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들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을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해내며 '재해석'의 미덕의 발휘했다.

익숙한 시각에서 한 발 비껴간 선택은 이후 나오는 이 감독의 영화들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왕의 남자'(2005)나 '남은 먼곳에'(2008)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0) '사도'(2014) '동주'(2015) '박열'(2017) 등의 시대물에서 전형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왕의 남자'에서 이 감독은 사극 영화에 흔히 등장하지 않는 광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사도'에서는 역사 속 유명인들인 영조와 사도세자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으로 읽히도록 풀어내며 신선함을 줬다. 또 '박열'에서는 근현대사에서 그다지 비중있는 인물로 다루지 않았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주인공으로 삼아 소개하기도 했다.

'자산어보' 역시 이준익 감독이 선보였던 재해석의 미덕이 발견되는 작품이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정약용이 아닌 그의 형 정약전(설경구 분)이다. '목민심서' 등 많은 저서를 만들고, 우리나라 대표적 위인으로 기려지는 동생에 비해 정약전은 덜 조명받은 인물이다. '자산어보'는 그런 정약전과 그가 자산어보를 쓸 때 도움을 받았다는 어부 청년 창대(변요한 분)가 벗이자 서로의 멘토가 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한 번의 신선한 선택이다.

'자산어보'는 여러 시대물을 연출해온 이준익 감독의 노하우가 마음껏 발휘된 작품이다. '동주' 때 한 차례 크게 효과를 봤던 흑백 화면을 택했고, '동주' 속 동주와 몽규, '박열' 속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통해 그러했듯 약전과 창대, 두 인물을 통해 시대상과 이데올로기, 가치관 등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직전의 영화 '변산'(2017)은 흥행이나 비평적인 면에서 이전 작품들보다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변산'이 현대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하는 시대물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이 보여줄 결과에 더 큰 기대감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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