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검단산서 “김천고 출신 선후배는 영원하다”
하남 검단산서 “김천고 출신 선후배는 영원하다”
  • 이두 기자
  • 승인 2021.05.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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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명 함께 땀흘리며 산행 ... 추억과 “우리는 하나” 공유
“전립선 약해져 새벽에 깨... 나이 들어가며 더욱 가까워져”

 

김천고 출신 선후배들이 검단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장년들에게 고교 선후배들과의 만남만큼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으랴. 꿈많았지만 빛이 바랜 10대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우리는 하나’라는 지역 정서도 공유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때론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약간의 서운함(?)도 있지만.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경북 김천 출신의 50~70대 20여명이 어버이날인 8일 경기 하남의 검단산 정상(657m)에 올랐다. 재경 김천고 동문들의 등산 모임인 송설(松雪)산악회 회원들이다. 송설(당)은 학교 설립자 호(號)이다. 이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초까지 김천고를 다녔다. 고교 졸업 후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를 잡아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산행을 준비한 45회 졸업생들. 특별히 돼지수육을 준비해 즐거움을 줬다.
산행을 준비한 45회 졸업생들. 특별히 돼지수육을 준비해 즐거움을 줬다.

 

 이들은 10여년전 본격적으로 산악회를 만들어 만남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산악회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명인선씨(69세)는 “서울에서 송설총동문회를 더욱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골프 모임과 등산 모임을 만들었다”며 “후배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산악회가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함께 등반하려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송설산악회는 매월 산행한다. 3월에는 우면산에서 50여명이 참석해 김천 발전과 건강 기원, 안전 산행을 바라는 시산제를 치렀다. 지난달엔 청계산을 찾았으며 다음달엔 사패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선후배들은 이 날 5시간 정도 산행과 점심을 함께 하며 건강과 음식, 부부 사이와 자녀 결혼, 부동산, 제2인생, 학창 시절 추억 등 대한민국의 중장년들이 공유하는 관심사에 대해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45회 졸업생인 권기현(60세) 산악회장은 “김천은 1949년에 수원과 함께 시가 됐을 만큼 큰 도시였다”며 “인근 대구와 구미에 밀려 오랫동안 도시가 성장하지 못해 아쉽지만 몇 년전 혁신도시로 지정돼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산악회원은 80여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산행의 막내이자 총무 역할을 하는 이병호(58세)씨는 “김천에 처가가 있어 엊그제도 갔다왔다”며 “김천에 다녀오면 마음이 한없이 푸근해지며 학교 교정을 볼때면 수십년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말했다.
 이 날이 어버이날이어서인지 자식 자랑과 걱정이 빠지지 않았다. 한 회원은 아침에 집을 나서기 직전 자식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았다며 키울 땐 힘들었지만 자식들이 다 커서 찾아올때면 든든하고 고맙다고 했다. 자식이 곧 결혼한다는 한 회원은 회장단 대표의 참석을 부탁했다.
 건강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전립선이 약해져 볼일을 보기 위해 새벽에 한두번은 잠이 깬다는 등 나이가 들면서 오는 신체 변화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다. 한 회원은 자리끼를 머리위에 올려놓아야 편안히 잠이 온다고 했으며, 다른 회원은 새벽에 잠이 깨면 세상 걱정을 혼자 다해 다시 잠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주를 즐기는 김천고 선배들.
막걸리로 반주를 즐기는 김천고 선배들.

 

송설산악회는 졸업기수별로 회장을 맡아 동기들과 함께 이끌어 간다. 올해는 1981학번에 해당하는 45회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날 산행에서 권기현 회장 등 45회가 7명이나 참석해 각자 음식물과 선물을 준비했다. 특별히 돼지 수육을 준비해 선후배들의 입과 기분을 즐겁게 했다. 한 회원은 김천만의 소울푸드라며 회원들에게 색다른 반찬을 선사했으며 김천은 자두와 포도가 유명하다고 지역 특성을 얘기했다.
 상당수 현직에서 퇴직한 이들은 각자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육군 영관 출신으로 군악대장을 맡았던 류재훈(60세)씨는 현재 삼육대에서 실용음악 강의를 하고 있다. 서울 둔촌동에서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장점기(66세)씨는 직장에서 나온 후 뒤늦게 법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아침에 나갈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하남시가 급격히 성장해 부동산값도 서울 강동과 맞먹는 수준이 됐다며 교산 신도시 지구가 완성되면 강남까지도 곧바로 갈 수있게 된다며 지역 사정을 설명했다.
 학창 시절 전교 일등을 했던 박영일(60세)씨는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감정평가사 건설인 공무원 등으로 여전히 현역에서 뛰고 있다.
 

검단산 정상에서  선후배들이 기념촬영.
검단산 정상에서 선후배들이 기념촬영.

 산중턱에서 반주를 곁들여 점심을 마친 회원들은 삼삼오오로 나뉘어 하산했다. 60대 후반의 선배들은 후배들 덕분에 즐거운 산행을 했다며 후배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참석만으로도 자리가 빛난다며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랐다.
 회원들은 젊은 후배들이 많이 참석해 산악회를 이어가 더욱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서로에게 밝혔다. 한 회원은 시대가 바뀌어 후배들을 잘 모셔야 참석률이 늘어난다며 참석자들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의 부담을 줄여주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의 10대 추억이 가득한 김천고는 1931년 개교했다. 조선말 영친왕의 보모였던 최송설당이 김천에 내려와 전재산을 희사해 학교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10여년전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돼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며 서울대 진학생도 상당수라고 한다.
김천고 출신으로는 이철우 경북지사, 김충섭 김천시장, 배기철 대구시 동구청장, 김병우 교육감, 김덕희 교육장, 국회의원 정희용, 이목희 등이 있다. 소설가 김연수와 시인 문태준도 김천고 출신이다.  박윤해 전대구지검장과 박건찬 전경북경찰청장도 김천고를 졸업했다. 1979년 10⦁26을 일으켜 한국 현대사를 바꾼 김재규 전중앙정보부장이 체육교사를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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