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추억가득한 충무로 대한극장 사라진다

적자 누적에 9월 문닫아... 건물 고쳐 공연장으로 운영 1958년 개장... '벤허' '사운드오브뮤직' 등 상영, 한국 대표 극장으로

2024-05-03     최용희 기자

 

 중장년들에게 젊은 날 많은 추억을 선사했던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 사라진다. 오랜 적자에 문을 닫고 대공연장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대한극장 운영사인 세기상사는  대한극장의 영업을 오는 9월 30일 끝낸다고 밝혔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영업 종료 결정의 이유로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적자가 지속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화 사업을 끝낸다"고 했다. 

대한극장은 1958년 서울 충무로에서 국내 최대 극장으로 개관했다. '벤허'(1959), '사운드 오브 뮤직'(1969), '킬링필드'(1985) 등 대작 중심으로 상영하면서 충무로의 명물이면서 대한민국 간판 극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스크린에 웅장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극장으로 대작 중심으로 상영했다. 당시는 서울 강남 신도시가 형성되기 전으로 서울 종로와 충무로가 서울의 대표 중심지로 많은 젊은이들이 찾던 곳이었다.

2001년 5월 국내 극장들이 멀티플렉스로 바뀌자 250억원을 투입해 이듬해 12월 11개 상영관을 갖춘 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그러나 국내 영화산업이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한극장을 찾는 발길은 점차 줄어들었다.
문을 닫은 대한극장 건물은 공연장으로 바뀐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빌딩을 개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수익 배분 방식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머시브 공연은 객석 경계를 없애거나 넘나들 수 있게 한 관객 참여형 공연을 말한다. '슬립 노 모어'는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이다.

대한극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중장년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추억가득한 극장인 종로의 단성사와 서울극장에 이어 대한극장까지 사라진다니 젊었을 적 놀이터를 잃어버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60대의 한 중년은 젊은 날 대한극장을 자주 이용했다며 오랜 전 대한극장에 본 '쉰들러 리스트'가 기억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