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의 ‘끔찍한 언론관’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이 그토록 무소불위의 자리였나. 아니면 도의원이라는 완장을 찼다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단순함의 극치인가. 단순한 실언이나 망언이 아니다. 공식 석상에서 거릴껏없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온 말이 너무도 통탄스럽다.
경기도의회 양우식 운영위원장은 지난 19일 제382회 임시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도의회 사무처장을 향해 “만약 회기 중에 의장님의 개회사, 양당 대표님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내용이 언론사 지면 익일 1면에 실리지 않으면 홍보비를 제한하라”고 발언했다. “참고하겠다”고 답변한 사무처장을 향해 “꼭 반영하셔야 한다”고 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도에 있으면서 언론사가 의장님과 대표연설 내용을 지면에 싣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식 석상에서 버젓이 사무처장에게 반강제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니. 광고비와 홍보비로 언론을 자기 손아귀에 두겠다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언론을 주무르겠다는 발상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과연 견제와 균형, 감시와 비판이라는 용어는 들어봤는지 궁금하다. 경기도와 도의회, 지역 언론은 경기도민을 위해 상호 감시와 비판, 견제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언론은 도의 정책은 제대로 집행되는지, 예산은 올바르게 쓰이는지, 도의원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지 등을 취재해 보도한다. 도의원들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건 예산이 쓰이고 도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의 허약함이 양위원장에 눈에 비쳤을 수도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금력 권력에 휘둘릴 정도로 기반이 많이 약해졌음은 사실이다. 언론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다보니 기존 언론의 역할이 많이 줄어들고 기능이 많이 위축됐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건 아니다. 양위원장은 마치 돈만 주면 언론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횡포와 만행을 부렸다.
앞서 양 운영위원장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언론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남이 갖지 못한 대단한 기술을 가졌다. 양 위원장은 경기도민들이 평소 도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한번이라도 자문해봤나 묻고 싶다. 풀뿌리 민주주의 한답시고 온갖 잡초만이 설쳐댄다고 비아냥거리는 민심을 모르는가. 상당수 국민들은 지자체 시도의원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 기자단이 편집권 침해라며 그의 징계와 사퇴를 요구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도의회 운영위원장은 하루빨리 도의원을 스스로 사퇴하기 바란다. 그리고 차제에 자신이 왜 도의원이 됐으며 도와 언론, 시민단체들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등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는 지 인생 전반을 반드시 되돌아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