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대동강 부벽루 평양연회를 보여주는 5m 병풍

4월 6일까지 리움미술관서 특별전 조선말 유길준이 일했던 미국 피바디박물관 소장품

2025-03-13     김현정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 이하 국외재단)은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과 함께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Peabody Essex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과 '활옷'의 보존처리 특별전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1일부터 4월 6일까지 리움미술관 M1, 2층에서 열린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는 1826년 평안감사가 평안도 도과 급제자를 축하하여 베푸는 연회를 그린 8폭 병풍 그림(19세기 作)으로 크기는 폭 507.2cm× 높이170.6cm, 각 화면 폭58.6cm×높이128.8cm다.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입었던 전통 혼례복(18-19세기 作)으로 크기는 화장 94.5cm, 길이 128.4cm, 품 45.4cm다.

 이번 사업에서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은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우수한 보존 기술을 통해 손상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을 원형으로 복원하였다. 이는 사립 미술관이 국외소재 한국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한 최초 사례로, 향후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을 위한 중요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1799년 개관 이후 220년 이상 운영된 미국 내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다. 이곳에는 1,800점 이상의 한국 유물이 소장되어 있으며, 2003년부터 단독 한국실을 운영하였다. 1883년, 조선이 미국에 처음 파견한 외교사절단 ‘보빙사(報聘使)’에는 개혁 사상가이자 정치가로 성장한 유길준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절단이 귀국한 후에도 그는 미국에 남아 문화와 제도를 연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피바디에섹스박물관 관장 에드워드 실베스터 모스(Edward Sylvester Morse, 1838~1925)의 조언과 지원을 받았다.
미국이 조선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직후인 1883년 모스 관장은 고종황제의 고문인 파울 게오르그 폰 묄렌도르프(Paul Georg von Möllendorff, 1848-1901)로부터 한국 유물 225점을 사들였다. 유길준은 모스 관장을 도와 이 유물을 분류했다고 알려져 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을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후 30년 만에 다시 공개된다. 1994년 전시 당시에는 낱폭으로 분리된 상태의 패널 8폭을 임의적 순서로 배열하였다. 병풍 화면에는 글씨가 전혀 없고 제작 당시의 원래 장황 형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림의 내용을 파악하거나 제작 시기에 대해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리움미술관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근거를 바탕으로 도과급제자를 환영하는 기록화임을 확인하고, 그림의 순서를 재배열 할 수 있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평안감사가 도과 급제자를 위해 벌인 대동강 선유(뱃놀이) 축하 행사를 한 폭에 한 장면씩 시간 순서대로 그린 행사기록화이다. 
 이 병풍은 19세기 전반 도화서에 만연해 있던 김홍도 화풍과 유사하다. 사실에 기반한 관청 의례, 서민의 일상, 평양의 풍속과 풍물에 대한 세부 묘사가 매우 치밀하다. 악기나 의장기에는 금칠이 뚜렷하게 확인되어 고위 관료의 주문작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2023년 11월 국내로 반입된 후, 2025년 2월까지 약 16개월간 보존처리를 진행하였다. 낱장으로 보관되어 있던 그림을 원래의 병풍 장황으로 복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