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 홀린 '파주의 3월 산속 설경'

18명 파주투어... 전적지·감악산 출렁다리·율곡수목원 찾아 힐링 설경에 탄성 절로... “여행은 삶의 비타민... 나이 들수록 여행을”

2025-03-20     이두 기자

 

중장년에게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건강을 지키고, 심드렁해지는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찌그러진 인생을 반듯하게 펴고, 제2인생을 힘차게 출발하고, 젊은 날의 설레임을 다시 찾고…. 여행은 이처럼 없었던 힘도 생겨나게 하고 꽉 막힌 담벼락같은 인생에 새 돌파구를 선사한다.
봄이다. 떠나자.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핑계는 그만. 동네 뒷동산이라도 일단 올라보자. 곧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당신을 향해 웃는다. 시니어오늘이 집순이와 집돌이, 방구석 중장년들의 엉덩이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간단한 ‘당일치기 여행’을 소개한다. 첫회로 파주시티투어(영국군전적비~감악산 출렁다리~율곡수목원)를 함께 했다.

 3월 18일 오전 8시 서울과 파주에는 예상보다 더한 눈이 마구 쏟아졌다. 3월 눈으로는 가장 많다고 뉴스는 떠들어댔다. 오전 9시 서울 홍대입구 3번 출구에 파주시티투어 버스가 섰다. 중장년 15명이 탔다. 각자 투어비 7000원을 부담하고 사전예약한 신청자다. 40분후 파주 운정역 1번 출구에서 중장년 3명과 해설사가 동승했다. 18명 중 50~60년대생이 대부분이고 72년생이 2명이었다.
 버스는 운정 시내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1번 국도 통일로를 달렸다. 버스 안에서 보는 파주의 설경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3월에 설경을 보다니. 버스는 이어 37번 국도를 달렸다. 군부대와 6.25당시 임진강에서 설치됐던 북진교 등이 접경도시, 군사도시임을 실감케 했다. 도로 곳곳에는 ‘대남방송 위험 지역’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10시 20분쯤 적성면의 영국설문리전투전적지에 도작했다. 6.25 참전 16개국 깃발은 휘날리고 베레모를 쓰고 작전을 수행하는 영국군들의 입상(立像) 머리 위에 눈은 하염없이 쌓였다. 1951년 중공군과 생사혈투를 벌였던 영국군의 희생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11시 20분 파주의 명산인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했다. 눈 때문에 출렁다리 입구는 통제됐다. 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심하니 출렁다리까지 가자말자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는 쭈뼛쭈뼛했다.
 

 중장년들이 “아, 나도 이제 겁쟁이구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각자 길을 선택했다. 산속 기온은 한겨울이었다. 추위에 동사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잠시. 서둘러 식당을 찾았다. 콩의 고장답게 두부 식당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문은 대부분 닫혔다. 식당 안도 추웠다. 손님이 없다보니 주인이 난방을 안했다. 잽싸게 히터기를 틀더니 주문을 받으러 왔다. 메뉴판을 보는데 60대가 한라산 등반하다 숨졌다는 뉴스가 TV에서 전해졌다.
“60대래, 어쩜 좋니” “절대 건강 자신하면 안돼” “갑자기 외부 환경이 변하면 몸이 따라가질 못해” “이제는 몸에 투자를 많이 해야 돼”. 모두 걱정이 한 가득 담긴 말들을 내뱉었다.
 

점심 식사후 투어버스는 다시 달렸다. 옆으로 임진강이 흘렀다. 6.25당시 서울을 지키고 빼앗기 위해 임진강을 두고 많은 피를 흘렸다고 해설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코스인 율곡수목원에 들렀다. 인공데크와 산림치유사가 반겼다. 1000종이 넘는 식물이 자라나고 있어 한달후면 갖가지 꽃들이 만발할테니 한 번 더 오라고 꼬셨다. 차가운 숲속에서 치유사의 손짓을 따라 머리 어깨 팔 엉덩이를 만지고 치고 누르며 힐링했다. 오전의 여행과 추위에 어느덧 몸은 쉬기를 원했다. 대부분 멀리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둘레길 걷는 듯 흉내만 내고 건강 측정실로 몰려들었다.
혈관과 스트레스 지수 측정으로 건강 상태와 건강 나이를 알려줬다. 60대 한 부부가 함께 검사했다. 건강나이가 마누라는 80대, 남편은 30대 후반이라는 설명에 좌중이 웅성댔다. 누구 잘못이냐고.

3시 50분 모두 귀가 버스에 올랐다. 중장년에게 여행시 간식 거리는 필수다. 갑자기 당이라도 떨어지면 앞이 캄캄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일행 몇몇이 군고구마와 누룽지. 초코과자를 나눠 먹는다. 해설사는 오늘 여행이 즐거웠냐며 설문지를 돌린다. ‘52만 인구’의 파주가 날로 커가고 있다면서 파주 홍보에 열을 올렸다.
 참석자들은 파주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3월의 설경’을 선사받아 잊지못할 소확행이 되었다고 즐거워했다. 누군가 올해 여행운은 짱이라고. 누군가는 걸어다닐수 있을 때까지 여행을 다녀야 한다고. 또 누군가는 시간과 경비가 큰 부담이 안돼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다니기 좋은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파주시티투어는 당일치기로 진행되며 요일별로 코스와 경비가 다르다. 인터넷에 파주시티투어를 입력하면 해당일 여행 코스와 경비를 알수 있고 예약도 바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