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똥볼... 2차대전 승리 상징마저 차버렸다
미 국방부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에 원주민 병사 있다고 사이트서 삭제 다양성 없애는 백인우월주의 비판 소리.... "사진은 연출작" 논란도
미 국방부가 2차대전 승리의 상징과도 같은 ‘이오지마의 성조기’ 사진을 웹사이트에서 최근 삭제했다. 태평양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이오지마 스리바치산 정상에 미 해병대원들이 성조기를 세우는 장면을 담은 사진인데도, 대원 중에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병사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척결에 나선 가운데 미 해병대의 상징인 이오지마 전투의 역사 기록까지 삭제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사진 삭제의 명분으로 다양성 폐기를 내세우지만 실제는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을 둔 인종 차별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 사진은 스리바치산 정상을 점령한 후 바로 게양한 성조기가 아니라 고지 전투가 끝난 후 연출된 사진이라는 점에서도 논란거리다.
이오지마(硫黃島)는 일본 도쿄 남쪽 약 1,200㎞ 지점에 위치한 오가사와라 열도 중 작은 화산섬이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 2월 19일이었다. 수십 척의 미 태평양함대가 맹렬하게 함포 사격을 하고 함재기가 융단폭격을 가하는 가운데 미 해병대 6만 1,000여 명이 상륙하면서 이오지마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했다. 이오지마를 방어하는 일본군은 육군 1만 5,000명, 해군 7,500명에 불과했다.
4일간의 공방전이 지나고 태평양전쟁 중에서도 최악의 날로 기록된 2월 23일. 미군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인 스리바치산의 모습을 바꿔놓을 정도로 맹폭을 가했다. 폭격이 끝난 후 미 해병대가 일본군 토벌을 시작했으나 일본군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미군은 7번 패퇴한 뒤 8번째 격전을 치르고 나서야 스리바치산 고지를 점령했다. 미 해병 5사단 28연대의 한 소대원들은 정상을 점령한 후 총탄이 빗발치는 중에도 오전 10시 반쯤 스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게양했다. 태평양 전쟁 중 일본 땅에 성조기가 처음 휘날리는 순간이었다. 사진은 그 순간 현장에 있던 해병대 소속이면서 해병대 잡지의 사진 기자가 촬영했다. 하지만 명령을 내린 대대장이 산 아래에서 망원경으로 정상의 성조기를 살펴보고는 크기가 작다며 더 큰 성조기를 게양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알게된 AP 종군기자 조 로젠탈이 힘들게 탈환한 스리바치 고지로 올라갔다. 정상에 올랐을 때 미 해병들이 이미 걸었던 작은 성조기를 내리고 2.5m×1.5m의 대형 성조기로 바꿔달고 있었다.
그 순간을 놓칠새라 로젠탈은 6인의 병사들에게 성조기를 게양하는 극적인 자세를 조언하고는 스리바치산 정상에 힘차게 꽂는 병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은 ‘이오지마의 성조기’ 제목으로 AP통신을 타고 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감동과 환희의 물결이 전국으로 퍼져갔다. 6인의 병사 역시 전투에 참가한 대원이었기 때문에 가짜 영웅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현장’과 ‘순간’을 사진에 담아야 하는 저널리즘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리 없는 미 정부는 잔혹한 전투 장면보다 이 영웅적인 모습의 사진이 국채 판매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6명 중 살아남은 ‘성조기 해병’ 3명을 내세워 7번째 전시 국채를 발행했다. 그 3명 중 한 명이 이번에 트럼프 정부가 문제삼은 미국 원주민(인디언) 출신 헤이스 상병이다. 성조기 사진의 맨 왼쪽이다.
‘이오지마의 성조기’ 사진은 사진기자에게 1945년 퓰리쳐상을 안겨주었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긍지를 상징하고 미 국민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사진으로 널리 쓰여졌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재 ‘해병대 전쟁 기념비’에서도 사진 속 병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조성했을 만큼 미 해병대가 자랑스러워하는 상징이다. 이오지마 함락으로 일본은 태평양전쟁 개전 후 처음 식민지가 아닌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김정형. 근현대사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