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을 만든 그...강화군수를 꿈꿨다

중앙선관위 전사무총장, '아빠찬스'로 자녀 선관위 취업시켜 "청년층 공정한 경쟁 기회없애"... 지난해 강화군수 보선 출마 시도 "아빠 찬스 기득권 문화 없어져야"...21일 재판서 혐의 부인

2025-04-21     이두 기자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헬(Hell) 조선’으로 불리고 있다. ‘지옥 조선’이라는 뜻이다. 먹고 입고 즐길 게 넘쳐나는 데 왜 대한민국이 지옥이 됐을까.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고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국가라고 매우 부러워한다. K-팝을 시작으로 푸드 드라마 영화 뷰티 라면 과자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코리아 붐을 이루고 있다. 군사 무기와 미술도 큰 호응을 얻고 한글까지도 인기를 얻어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열풍도 불고 있다. 외국 젊은이들은 한국 방문을 못해 안달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이 너무 살기 힘들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숫자가 세계 최고다. 헬조선에는 수많은 이유와 원인이 있다. 공정과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고, 질식할 정도로 삶을 옥죄는 지나친 경쟁에서부터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비교 문화와 정치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젠더 갈등, 빈부 갈등, 직장 갈등, 학력 갈등 등등...

특히 졸업 후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젊은이들이 이 나라가 헬조선임을 깨닫고 좌절하는 현실이 바로 ‘취업’이다. 성적이나 재능, 능력이 탁월하지 않고서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수십장, 수백장을 써야 한다. 그래도 제대로 된 취업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청년들을 더욱 좌절시키는 게 바로 ‘아빠 찬스’다. 아빠나 부모의 도움으로 쉽게 취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가 선호하는 일류 직장으로. ‘아빠 찬스’는 그야말로 청년들을 좌절과 절망의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 ‘아빠 찬스’는 어느덧 당연시 되어가고 있다. 이는 공정한 경쟁을 깨뜨리고 기회를 빼앗으며 기득권을 강화시켜 대한민국을 더욱 지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강화도 출신의 김세환 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자신의 아들을 강화군선거관리위원회에 취업시키고 인천선관위로 전입시키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아빠 찬스’인 셈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면접관을 직접 지정했으며 채용 공고 전인데도 선관위 직원에게 서류를 보내달라고 했다. 면접관이 교체됐고 채용 과정에서 “김씨에 강화 출신으로 중앙선관위 직원이면 누구겠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의 아들이 거주하는 개인 명의의 오피스텔 임차료까지 선관위가 부담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어느덧 ‘가족 회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다. 강화군에 사무실을 차리고 출마 각오를 밝혔다. “35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단 한번도 강화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았다”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옛 강화도의 영광을 재현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군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다른 3명과 함께 국민의힘 강화군수 후보 공천 1차 경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결선에서 현 박용철 군수(당시는 시의원)가 공천을 받아 최종 출마에는 실패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공정한 청년 취업’은 헬조선을 해결하는 하나의 열쇠이기도 하다. 입으로만 공정과 상식 정의로운 나라를 백번 천번 외쳐서는 아무 소용없다. ‘아빠 찬스’는 기성세대가 잘못 만든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청년들을 헬조선으로 몰아넣는 기성세대는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청년들에게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줘야 한다. 사회 최고 지도층이라는김 전 사무총장은 과연 젊은 세대의 심정을 어느 정도 헤아렸을까. 

※21일 인천지법에서 '부당 채용 개입 혐의' 재판이 열렸다. 김 전 사무총장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12부(최영각 부장판사) 에서 열린 재판에서 김 전 사무총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피고인이 접촉한 공무원은 극히 일부이고, 나머지 관련 내용은 관여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직접 출석했다.  재판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없이 법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