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애기봉서 중장년들 “북 쳐다보면 왠지 울컥”
최근 최고 여행지로 떠올라... 중장년들 발길 이어져 기생 애기, 박정희 휘호 등 스토리 가득... 평일 여행 바람직
23일 친구 몇 명과 함께 최근 대한민국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김포 애기봉에 올랐다. 전날 봄비가 듬뿍 내려 미세먼지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은 정말 화창했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은 활기찼으며 산들은 이미 신록의 계절을 선사한다. 최정상인 전망대에는 평일에도 사람들이 북적댔다. 북쪽이 그리도 궁금한지 모두 망원경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한번 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면 빼질 않는다. 기다림이 줄을 선다. 애기봉 정상의 스타벅스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중장년들이여! 선물받은 봄날이 가기전에 애기봉으로 고고씽.
이날 오후 승용차로 서울에서 김포 시내를 관통하는 48번 국도를 쭈욱 따라가니 우회전을 알리는 애기봉평화공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회전 후 김포조각공원을 5분 정도 지나니 애기봉평화공원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1시간 남짓 걸렸다. 안내소와 대형 주차장과 해병대원들이 맞는다. 현장에서 곧바로 신청하려니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를 적어야 했다. 65세 이상은 무료였다.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수시로 셔틀버스가 오간다. 이날은 다행히 평일이라 차를 안쪽 전망대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주말에는 턱도 없다.
안내소에서 전망대까지 둘레길도 잘 마련되어 있다. 걷기를 좋아하면 굳이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전망대 안내소에서 정상의 전망대까지 이어주는 나뭇길과 흔들다리는 환상적이다. 이미 멀리 강과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10여분간 사방을 구경하며 오르면 전망대에 다다른다.
해발 154m 높이인 애기봉 전망대에 섰다. 앞에는 한강(조강)이 유유히 흐르고 강너머에 산과 마을이 보인다.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산과 마을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지 헷갈린다. 안내 지도를 보니 한눈에 잡힐듯한 앞쪽이 황해도 개풍군이고 왼쪽은 강화와 유도, 가장 멀리보이는 오른쪽은 일산신도시였다. 애기봉에서 가까운 곳은 북쪽 땅이었고, 먼곳은 남쪽 땅이었다. 망원경으로 북쪽을 바라보니 정말 다 보이는 듯 했다. 개성의 송악산과 잘 지어진듯한 선전마을과 채석장, 암실마을 등이 뚜렷이 보였다. 희한한 건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였다.
이 날 관광객은 중장년이 압도적이었다. 60~70대 친구들끼리, 노년의 친척들끼리 또는 부부가 절대 다수였다. 70대의 한 관광객은 북한을 보여주는 동영상기를 열심히 보며 마치 북한의 지명을외우라기 하겠다는 듯 세심히 돌려봤다. 한 친구가 “저들도 이쪽이 궁금할 텐데, 왜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이지” 객쩍으면서도 날이 선듯한 말을 날린다. 또 다른 한 친구는 “북녘땅이 너무 궁금하다. 저렇게 가까운데 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마음이 짠하다"며 분단의 아픔을 얘기한다.
애기봉공원은 입장료가 있으며 군사통제구역이기에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평화공원 홈페이지로 인터넷 실시간 예약이 가능하며 현장서 직접 신청 할 수도 있다. 중장년들에게는 평일 관광을 권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차와 사람이 넘쳐난다. 김포 시내 곳곳은 상습 정체구역으로 잘못걸리면 하세월이다. 그래도 한번을 찾아 즐기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명소이다.
애기봉엔 기생 애기의 일편단심과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 해병대 용사들의 투혼 등 중장년들의 감성을 적실 스토리들이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