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길목에서- 광기란 무엇인가?
어떤 여자의 집앞에서 매일 밤 어두워질 때부터 새벽까지 3년을 넘게 서성이는 스토커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행위는 그저 이층집 여자의 창문이 바라보이는 골목길에서 아무런 행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것 뿐이었다. 수년동안 누구에게도 해를 준 적은 없었지만 이 행위를 알게된 여자와 가족의 공포는 극심한 것이었다. 그 일의 결과는 듣지 못했지만 필경 해피앤딩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중이 도를 넘치면 광기(狂氣)가 된다. 사랑이 광기를 타면 스토커가되고 극심한 증오가 광기를 타면 연쇄살인범이 되고 신념이 광기를 타면 마녀사냥이 되고 시대가 광기를 타면 전쟁을 일으킨다. 악(惡)만이 광기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선(善)도 통제가 안되면 광기로 치닫는다. 종교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광기가 얼마나 많은가.
광기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하는 것이다. 한번 광기에 빠져들면 그 광기를 표출할 대상이나 목적물을 찾게되고 한번 어떤 일이 저질러지면 또 같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대부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의 댓가로 주어지는 광기는 체념이나 포기로 종결짓지 못한다. 광기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성속에 체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번 다른 결과물을 기대하며 동일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반복하는데 있다. 그리고 광기에는 과거가 없다. 항상 현재 진행형으로 작용하여 스스로 멈추거나 제어하지 못하고 더 큰 힘에 의해 파국을 맞을 때까지 계속된다. 당신의 내부에도 어떤 광기가 숨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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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