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1원의 의미
-1원이든,-1조원이든 빚이 있으면 빚이다. 세상은 빚이 있는 자와 빚이 없는 자로 구분할 수 있다. +1원이 있거나 +1조가 있거나 재산(?)의 규모는 다르지만 빚이 없는 것은 같다. 빚이 있는 사람을 채무자라고 한다. 돈을 꿔준 사람이 있고 그에게 빚을 갚아야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1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자유인이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내줘야야할 대상도 없고 의무도 없다. 가진 만큼 써도 되고 그냥 가지고 있어도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많은 것을 가르친다. 어린 아기가 작은 눈망울을 돌리기 시작할 때부터 사회에 첫발을 디딛는 이십여 년 간 교육의 양과 질은 방대하다. 모국어에 버금가는 수준을 요구하는 외국어공부, 100년 전에는 세계적 석학들도 혀를 내둘렀을 수확과 과학지식, 철학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을 최고의 정예 엘리트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1원의 이론은 가르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1원의 세계로 들어가 빚쟁이가 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강의는 없다. 한번 -1원의 세계로 들어가면 +1원의 세계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경고교육도 없다.
조그마한 것에도 국가의 교육체계를 탓하면서도 어떻게 경제관념을 가지고 돈을 벌고 쓰고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 그래서 대학입학자는 무수히 늘어났지만 그보다 더 많은 채무자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배운자와 덜 배운자로 구분되지 않는다. 기억하라 세상은 가진자와 빚진자로 구분된다는 것을.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