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앞에 대형광장… “지난날 광장 정치가 그립다”
대통령 선거때 광장에 수십만 몰려…“오늘날 선거운동은 이벤트”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광장은 직접 민주주의의 현장이었다. 자유로운 토론과 격론이 펼쳐졌고 장터까지 마련된 삶의 현장이었다. 아고라는 '모이다'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한때 ‘광장의 정치’가 펼쳐지던 때가 있었다. 군부독재 시절 치러진 대통령 선거때였다. 1971년 박정희대통령과 40대 김대중이 붙었다. 3선의 길을 마련한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꿈꿨고 김대중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두 후보의 유세가 펼쳐지는 운동장이나 광장에는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다. 이후 국민들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철권통치에 숨을 죽여야 했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다시 대통령직선제가 치러졌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국민들앞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역앞 광장에는 수십, 수만 인파가 몰려 대한민국에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펼쳐지길 염원했다. 광장 정치는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 폭력이 난무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광장 정치가 사라졌다. 대통령 후보들은 광장보다 TV에 출연해 유세하고 공약을 밝힌다. 후보는 소형트럭에 올라선 채 유세를 한다. 후보와 운동원들만이 모여 각본에 짜여진 그들만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진정 국민이 낄 자리는 없다. 후보는 보이지도 않는 데 찍어달라며 마이크만 떠들어대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는 최근 부천역앞에 대형광장을 조성했다. 복잡했던 역앞이 깨끗해졌고 시민들은 편리해졌다. 그러나 토론과 격론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광장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1987년 대선 당시 세 후보 모두 이곳에서 열변을 토했으며 국민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