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40일... 어르신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경북 산불 40일... 어르신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 이성희
  • 승인 202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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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모금 이어가며 ‘효효효’ 어르신 돌봄 강화
400명 아직 공동생활 등 불편 잇달아...사회 기업 많은 관심 도움 필요
경북 산불 피해 현장.

#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부터 발생한 대형 산불은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김모 어르신의 삶의 터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어르신은 “불이 너무 빨리 번지는데,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달리 갈 데도 없고, 컨테이너 주택이 온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너무 막막하다”고 말한다. 현재 어르신은 마을회관에서 임시 거주 중이며, 화재 당시 급히 챙겨 나온 5000원짜리 옷 한 벌이 유일한 소지품이 됐다.
# 경북 영덕에 거주하는 이모 어르신은 “장판 아래에 모아두던 돈이 100만원도 넘었는데, 자꾸 그 생각이 나서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다”고 말한다. 어르신은 몸은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그날의 기억으로 눈을 감으면 빨간 불이 덮쳐오는 모습이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고 가슴은 두근거려 하루하루 견디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살아서 다행이라는 말조차 어르신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 요즘, 어르신들은 매일을 무기력하게 견디고 있다.

전례 없는 피해를 남긴 이번 산불로 인해 전국에서 1조20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4000채가 넘는 주택이 소실됐다. 피해자의 대다수는 고령의 어르신들이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이용 어르신 439명과 종사자 22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고, 현재도 360여 명이 대피소나 마을회관 등에서 공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경북 산불’ 피해 어르신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한 다각적 활동을 지속하는 동시에 돌봄이 필요한 전국의 어르신을 위한 ‘효효효 캠페인’을 추진한다.
 현장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기관들은 지자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낯선 환경 속에서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호소하는 어르신들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또한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어르신들의 일상 회복과 자립, 지역사회 내 연대 회복을 위한 중장기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센터는 지난 4월 1일부터 산불 피해 어르신을 위한 긴급 모금 캠페인을 전개해 왔으며, 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의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한 ‘효효효 캠페인’을 함께 추진한다. 캠페인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생필품과 생활용품 지원은 물론 심리 상담, 문화활동,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 정서적 지원과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에는 기업들의 따뜻한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영등포지사 △한국메디칼푸드 △유니클로 △NH농협은행 등이 식료품, 영양음료, 온누리상품권, 심리회복 프로그램 등을 후원했다. 또한 ‘효효효 캠페인’에는 △갤럭시코리아 △경남은행 △국민연금나눔재단 △남양유업 △롯데복지재단 △본아이에프 △스타일그래퍼 △신선설농탕 △아이비웰니스 △로그커넥션 △지엠티해운 △티시스 △CM TECH △KB국민카드 △SK이노베이션 등이 참여해 식료품,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문화체험 프로그램, 시니어 화보촬영, 카네이션 선물 등 다양한 실질적 지원을 통해 어르신들께 온정을 전하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김현미 센터장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장 연약한 이웃인 어르신들께 지금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며 “기업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