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승 투수' 너구리 장명부를 아시나요
'30승 투수' 너구리 장명부를 아시나요
  • 이경현 기자
  • 승인 2023.07.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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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 오비들의 모임인 일구회에 가입
44번의 선발 등판해서 완투 36번 '철완'

 

한국 프로야구사에 30승 대기록을 남긴 투수 장명부. 최근 일구회에 가입됐다. 사진 일구회.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해 40년이 넘었다. 이 기간 동안 한해 30승을 달성한 투수가 있다. 비록 초기에 달성한 기록이지만 전무후무하다. 이 대기록의 주인공은 너구리로 불렸던 장명부다. 재일동포였던 장명부는 1983년 인천이 연고지인 삼미수퍼스타 소속으로 뛰며 한 시즌 3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2006년 세상을 떠났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잊지못할 선수였던 장명부가 최근 프로야구 은퇴선수들의 모임인 일구회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음은 일구회에 실려있는 장명부의 내용이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는 4일 "일본 오사카를 찾아가 고 장명부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의 유족을 만나 고인의 성명권 금액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일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 측이 가입에 대해 문의했고, 검토 끝에 가입이 승인됐다. 김광수 일구회 회장은 "공도 있지만 과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과 모두 KBO리그 역사의 일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명부 전 코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였다. 한국 프로야구가 태동하기 전인 1968년부터 1982년까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며 통산 339경기에 등판, 91승 84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특히 1979년과 1980년에는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주축 투수로 활약, 일본시리즈 2연패에 공헌했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가 재일교포 선수들을 수급하던 1983년 모국 땅을 밟았고, 초창기였던 KBO리그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60경기(선발 44경기) 427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면서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6을 거뒀다. 44번의 선발 등판 중 완투가 36번인 '철완'이었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 등판 30회, 200이닝 소화도 쉽지 않은 현실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기록이다. 427과 3분의 1이닝 그리고 30승은 이후 그 누구도 다시 기록할 수 없었다. 최동원·선동열·류현진 등 이후 당대 최고의 투수 그 누구도 장명부의 기록만큼은 재현하지 못했다.
 프로야구 게임에서 좋은 기록을 가진 선수일수록 사랑받는다. 장명부 코치도 그랬다. 그러나 정작 게임 밖에서는 고인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은퇴 후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에서 코치를 맡았지만, 도박 빚과 마약 투약 혐의가 그를 따라왔다. 결국 1991년 한국을 떠났고,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2005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선정한 40주년 레전드 올스타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게 KBO리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인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그랬던 장 코치의 유족에게 일구회 가입 및 성명권 금액이 전달됐다는 건, 단순 보상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 불명예스럽게 한국을 떠났던 그의 공식적인 '복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그의 기록은 추앙됐으나 한국 사회의 '외부자'이자 '문제아'였던 투수 장명부에 대한 명예 회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뒤늦게나마 일구회가 앞장서 외면받았던 역사의 주인공을 재조명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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