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등 제품, 고다와리(집요·집착) 정신이 만든다
일본 1등 제품, 고다와리(집요·집착) 정신이 만든다
  • 김현주 기자
  • 승인 2015.12.27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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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100년넘은 가게 수두룩...완벽한 장인 정신 추구, 변화는 더뎌

 

일본의 세계 최고 제품은 고다와리(집요, 집착) 정신에서 나온다. 전통방식으로 메밀국수를 뽑는 식당.

일본말 고다와루(拘ㆍこだわる)의 사전적 의미는 ‘구속받다, 집착하다’이며 ‘고다와리’는 명사형으로 ‘집요함, 집착’을 뜻한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완벽을 추구하며 한 가지만 파고드는 집요한 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장인은 세계최고의 품질을 목표로 평생 한 가지 분야에 힘을 쏟아왔다. 기계문명이 발달하고 대량생산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전통기법으로 빚어내는 최고의 물건에 제작자나 수요자가 여전히 집착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도쿄 번화가의 중심인 긴자(銀座)에 백 년 이상 된 가게가 즐비한 것만 봐도 시대의 변화에 도태되지 않는 비결이 무엇일까 되짚어보게 된다.

도쿄 번화가에는 빵집, 안경점 등 100년 이상된 가게가 즐비하다.

장인정신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의 업무에 임하는 일본인의 근무태도는 고다와리 정신과 관계가 있다. 요식업이라면 재료의 엄선부터 요리를 만들고 손님에게 접대하는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최고를 지향하고, 운수업에서는 고객의 안전과 시간엄수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태도로 직결하는 것이다. ‘고다와리’는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각종 연구업적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데 한가지에만 파고드는 천착의 자세가 각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를 배출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일본은 기존의 것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해서 입법의 과정이나 법률개정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시간이 걸리고 신중한 편이다. 현행민법은 사소한 부분 개정이 있기는 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은 채 1898년에 시행된 지 1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재판 심리기간이 오죽 길면 ‘사미다레식(さみだれ:장마를 뜻하는 시어)재판’이란 용어가 있을까? 민사소송법이 개정되어 신속한 재판을 한다고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길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준비기간이 길고 과정 또한 복잡하므로 현상(現状)을 바로 바꾸지 않으려는 태도를 상징하는 말이 ‘다나아게(棚上げ)’이다. 선반 위에 올려놓고 보류한다는 뜻인데, 이것저것 검토하며 천착하다 보니 골치가 아프고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일단 이 문제는 책장에 쳐 박아 둔다는 식이다.
 

일본 고다와리 정신을 보여주는 광고판.

얼마 전 후쿠오카와 유후인을 여행하면서 곳곳에 ‘고다와리’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관의 아침식사에는 계란이 나왔는데 ‘손님에게 감동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계란에 집착하였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날로 먹어도 좋고 후라이를 해도 좋고 쪄도 맛있는 계란을 손님의 취향대로 맛보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또 한 켠에는 ‘달고도 맛에 집착한 소주’라는 광고판을 내건 곳도 있었다.
 고다와리 정신이 신중하고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반면 개혁이 더디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단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김현주 저 '일본사회와 법' 30~39쪽(진원사, 2013)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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