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2006년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 도도하게 내뱉어 화제가 됐던 말입니다. 경찰이 그녀가 운영하는 도박장을 덮쳐 그녀를 끌고가려하자 ‘감히 나를 건드려’하는 속셈으로 자존심을 꼿꼿이 세운 겁니다. 이대가 이화여대의 약칭인건 아시죠.
그렇습니다. 한때 “나 이대 나온 여자야”하면 잘 먹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만큼 이대는 100년 넘게 우리나라 여성교육의 산실이었고 명성이 대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지도자들의 상당수가 이대출신이었으니까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까지 거론하며 연세대, 고려대와 어깨를 겨룰 정도였지요. 그랬던 이대가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여학생들이 남녀공학을 선호하고 남녀 역할의 구분이 엷어지다 보니 여성대학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2016년 대학 수능 배치표를 참고하니 이대가 중앙대‧경희대‧서울시립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옵니다. 이대와 숙대 등 전통 여성 명문대학들은 학교 위상 추락 타개책으로 남녀공학 추진도 검토했던 모양입니다.
며칠 전 이대 정문앞을 거닐었습니다. ‘어떻게 변했을 까’ 궁금하고 오랜만에 추억도 더듬어 볼까해서요. 1980년대 초반해도 이대앞은 항상 북적였는 데 지금은 한산합니다. 자그마했던 정문은 간데없고 뻥뚫린 채 교정 안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과연 이대는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대학이 보여줬던 자긍심이 그립습니다. 다시한번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