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미공개 회화 4편 미국에서 귀향
조선 후기 미공개 회화 4편 미국에서 귀향
  • 최용희 기자
  • 승인 2023.04.06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선 최대 서화 컬렉션 '석농화원' '묵매도' 등

 

조선 중기 회화사를 밝혀줄 묵매도.
조선 중기 회화사를 밝혀줄 묵매도.

 조선시대 최대 서화 컬렉션 《석농화원石農畫苑》 기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작품을 비롯한 조선후기 미공개 회화들이 미국에서 발견, 국내로 돌아온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애령)은 지난 3월 28일(화) 귀중한 조선 후기 회화 4건을 기증받았다.

이 작품들은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게일 허Gail Ellis Huh 여사가 시아버지인 故 허민수(1897~1972)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 이하‘재단’) 미국사무소의 조사와 교섭을 통해 허민수 선생의 연고지인 국립광주박물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기증 서화는 총 4건으로 조선 후기 최고의 서화 수장가 김광국金光國(1727∼1797)의 《석농화원》중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인 김진규金鎭圭(1658∼1716) <묵매도墨梅圖>를 비롯하여, 신명연申命衍(1808∼?)의 <동파입극도東坡笠屐圖> 등 18~19세기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미공개 작품들이 포함되어 주목된다. 김진규의 <묵매도>는 지난 2013년 새롭게 알려진 《석농화원》 필사본 권1에 제목과 그림의 평만 전해오던 것으로서 이번에 실제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작품은 조선 말기 문인화가 신명연의 <동파입극도>이다. <동파입극도>는 중국 송대 문인 동파東坡 소식蘇軾(1037∼1101)이 귀양 시절 삿갓[笠]과 나막신[屐] 차림으로 비를 피하는 처연한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화사한 화훼도로 유명한 신명연의 희귀한 인물화라는 점에서 19세기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작품이다.

기증자 고 허민수 선생은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許鍊(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이번 기증품 중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이 포함되어 있다. 힘차게 뻗은 소나무를 그린 <송도 대련> 화면 상단에는 허련이 적은 제시題詩와 낙관이 남아있으며, 그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8폭으로 된 <천강산수도병풍淺絳山水圖屛風>은 전형적인 소치 화풍의 산수도이다. 특히 병풍 뒷면에는 허민수 선생과 가까운 친척인 서화가 의재 허백련許百鍊(1891∼1977)이 쓴 표제가 남아있어,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기증은 2022년 5월 소장자 게일 허 여사가 고인이 된 남편 허경모 씨가 시아버지 허민수 선생에게 물려받은 허련의 그림을 정리하기 위해, 이웃에 살던 한국인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며 시작되었다. 이후 워싱턴한국문화원을 통해 연락을 받은 당시 재단 미국사무소장은 소장자의 자택에서 허련 작품 감정 및 자문을 하던 중 1층 복도 구석에 걸려있던 김진규의 <묵매도>를 발견하였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신명연의 <동파입극도>를 추가로 확인하였다.

재단 측으로부터 소장품들의 회화사적 중요성과 환수의 필요성을 전해 들은 게일 허 여사는 흔쾌히 한국에 기증할 뜻을 밝혔고, 시아버지 허민수 선생의 고향인 진도와 가까운 국립광주박물관에 시아버지의 이름으로 기증할 것을 결심하였다. 재단을 통해 기증 의사를 전달받은 국립광주박물관은 작년 말 현지 조사를 거쳐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들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였고, 올해 초 기증 서화 4건이 마침내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미국 현지시간 3월 28일, 주미대한제국공사관(워싱턴DC 소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에서 개최된 국립광주박물관 기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작품들이 가장 잘 향유될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기증소감을 밝혔다.

국립광주박물관과 재단이 국외 문화재 환수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7년 <분청사기상감‘경태5년명’이선제묘지>(보물) 이후 두 번째로, 국립박물관과 재단이 긴밀히 협력하여 큰 성과를 거둔 모범적인 사례라는 점에서도 깊은 의미가 있다. 이번 기증으로 재단의 해외사무소(일본·미국)를 통한 환수 성과는 총 19건 305점에 이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