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장으로 변한 한강
투기장으로 변한 한강
  • 이성희
  • 승인 2025.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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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968

 

책 표지. /출처 교보문고.

 책 제목의 숫자 ‘1968’은 어떤 의미인가. 1968년 2월 10일 밤섬 폭파의 불꽃은 한강 상실의 신호탄이었다. 그때로부터 한강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급속히 원형을 상실했다. 모래를 준설하고, 준설한 모래로 강을 매립하고 택지를 만들어 아파트를 지었다. 이 모든 것의 목적과 결과는 결국 돈이었다.
강을 개발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다시 강을 팠다. 그렇게 한강은 권력을 쥔 이들에 의해 황금을 낳는 거위처럼, 환금의 대상이 되어 철저하게 땅장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변형되어 원형을 상실한 한강은 섬이 폭파되고, 모래가 파헤쳐지고, 강의 흐름을 교란하는 보를 떠안은 채로, 수많은 아파트에 둘러싸여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강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강의 변화는, 모호하고 관념적인 설명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구체적인 사실로 들어가면 참혹할 지경이다. 1969년 당시 여의도는 현재보다 세 배 이상 더 넓었다. 약 9.6평방킬로미터(290만 평)이었다. 가로 세로 길이는 3~4킬로미터였다. 반면 수면폭은 불과 200~300미터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2020년 여의도 면적은 2.9평방킬로미터다. 수면 폭은 1,100~1,200미터다. 1969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잠실은 또 어떤가. 1969년 잠실섬 면적은 8.52제곱킬로미터였다. 섬 주위의 수면 폭은 100미터 남짓이었다. 긴 쪽은 5킬로미터, 짧은 쪽은 3킬로미터였다. 2020년 잠실은 섬의 흔적도 없다. 송파강은 매립되어 아파트가 되었고, 석촌호수만 남았다. 수면 폭이 100미터에 불과하던 신천강은 1,000미터가 넘는 한강 본류가 되었다. 이렇듯 엄청난 변화를 자행했음에도 오늘날 한강은 마치 지금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었던 듯 누구도 옛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말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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