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감 변하는 것들
나이들어감 변하는 것들
  • 승인 2023.03.09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의 소중함

 

꽃은 꽃이었고 벌레는 벌레였다.

언제부터인지 생명을 대하는 우리부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남편이 시골에서 밤을 얻어왔는데 그봉지안에서 애벌레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에 젊었을 때라면 징그럽다고 기겁을 했을텐데 살겠다고 바둥대는 것같아 살살 잘 모아 화단에 뿌려주었다.

지난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지렁이 때문에 짜증이 났다.

비가 오거나 습한 날 산책길에서 만나는 지렁이. 피부로 숨쉬기 힘들어 아스팔트로 죄다 나와있는데 밟힐까봐 화단쪽으로 던져주며 '이 멍청이들아 여기 있음 죽는다고!'

징그러운데 밟히는 것은 더 상상하기  싫어서 지렁이 구출작전을 한건지 산책을 한건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참으로도 신기하지.'

언제부터인가 앞만보고 가던 시선이 길가에 핀 꽃들에 머물고 마치 인사라도,말이라도  걸어오는양 느껴져서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다.

항상 밥그릇 국그릇이 오르내리던 식탁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오롯이 비어있을 때 꽃다발 하나 사서 꽃병에 넣어 올려놓고 남편과 난 "참으로도 이쁘지? 어쩜 이리도 곱지?

우리가 말하는걸 알아들을래나?"

애기다루듯 살살 돌려가며

하염없이 꽃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우리부부는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는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