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두렵지 않아"...크레인기사 모델 바리스타로
"인생 2막 두렵지 않아"...크레인기사 모델 바리스타로
  • 최용희 기자
  • 승인 2023.06.2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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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회서비스원, ‘나의 50+ 인생 도전기’ 사진 공모전
인천 시민 40여 명 참여...타워크레인 기사 등 5명 수상

 

제2의 인생을 활짝 펼쳐나가고 있는 인생 도전기 수상자들.
제2의 인생을 활짝 펼쳐나가고 있는 인생 도전기 수상자들.

 50+ 인생 도전기를 사진에 담았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고령사회대응센터는 최근 ‘나의 50+ 인생 도전기’ 사진 공모전을 열고 시민 5명을 뽑아 시상했다고 27일 밝혔다.

 대상을 받은 김춘식(61) 씨는 타워크레인 기사다. 한 대기업에서 관리직으로 30여 년 근무하다 퇴직 3년 전 새로운 인생을 준비했다. 수년 전 명예퇴직 대상자였다가 다행히 살아남았던 경험이 남들보다 먼저 퇴직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안전기사를 준비하다 우연히 타워크레인 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에 참석했고 거기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 덕분에 전혀 다른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퇴직 후 한 달간 여행을 다녀온 뒤 올해 초 바로 현장에 나섰다. 그가 일하는 곳은 타워크레인 제작업체다. 현장이 거친 만큼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가서 말 걸고 공사장 막내를 자처하며 잔심부름을 도맡았다. 자연스레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새로운 일터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다. 1평 남짓한 타워크레인 조종석은 이제 편안한 일터다. 김춘식 씨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며 “이제는 시니어 모델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은 ‘생명의 전화’에서 전화 봉사를 하는 송옥임(70) 씨에게 돌아갔다. 송 씨는 고통을 이겨내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왔다. 그의 고난은 20여 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며 시작됐다. 고통 때문에 절망에 빠져 몇 년을 보냈다. 바깥출입을 하지 않으니 우울감은 심해졌고 몸은 더 아파왔다. 그래서 집을 나서기로 했다. 2011년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시작으로 상담사 자격증 등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이 50개가 넘는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또 다른 기회였다.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우울감이 또 찾아왔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여러 자격증도 그렇게 취득했다. 그리고 2021년 고령센터가 운영하는 50+ 커뮤니티 수업에서 만난 이들과 인연이 닿아 지난해 5월 생명의전화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2번 하루 4~7시간씩 전화 상담을 한다. 최근엔 야간 봉사 중 자살하려던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봉사 시간 200시간을 달성해 올해 초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봉사 활동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숟가락 난타를 배워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 수업을 한다.
 송 씨는 “나만 불행한가, 나만 힘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울하고 좌절했던 시간이 있었다”며 “하지만 전화 봉사를 하면서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유치원 교사를 퇴직하고 커피바리스타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이승희(64) 씨가 우수상을 받았고 시니어 모델로 활동 중인 김양금(53) 씨와 금관 연주자 송인명(60) 씨가 장려상을 받았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한 달간 50세 이상 인천 거주, 인천 재직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관계자는 “수상자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이웃들이다”며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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