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세금을 내는 지역의 당연한 권리 주장인가, 갈등을 일으키는 또 다른 지역이기주의인가.
전국에서 부자로 손꼽히는 서울시 강남구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시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몇 년전에는 인천의 새로운 강남으로 꼽히는 송도동(매립지로 조성된 송도국제도시)이 연수구로부터 분리를 주장했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관내에 있는 한전부지 매각 댓가로 조성된 공공기금 1조7000여억원의 사용처를 놓고 갈등이다. 서울시는 시민 전체에게 이익이 돌아가게끔 쓰겠다는 입장인 반면 강남구는 관내 주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강남구는 서울시에 특별자치구 설치를 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강남구는 전국에서 가장 재정자립도가 높은 기초자치단체로 전국 최고의 부자동네로 손꼽힌다. 최근 강남구는 서울시를 감사해달라며 감사원에 감사 요청까지 해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제2시민청을 강남구에 짓겠다고 한 사실에 대해 이는 명백한 조례위반이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2012년 시작됐다. 시가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바꾸겠다고 하자 허가권을 갖고 있는 강남구가 발끈했다. 강남구는 서울시 구룡마을 개발 담당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강남구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해 갈등이 봉합됐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동은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도동은 인천시 연수구에 속한다. 송도동은 건설이 한창 중이던 2011년 연수구에 속하지 않고 별도로 송도구로 지정해달라고 인천시에 요구했다. 당시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건설 및 관리 운영을 놓고 연수구와 송도신도시를 만들어나가는 경제자유구역청, 인천시가 여러 차례 대립했다. 결국 분리되지 않았지만 생활권은 연수구의 기존 지역과 다르게 조성되고 있다. 송도동은 이전 신도시로 불렸으나 주민들이 국제도시를 주장하고 인천시도 도시의 이미지 향상에 좋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도시로 불리게 됐다. 인천의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와 영종도 마찬가지다.
분리 주장에 대해 지역 주민은 찬성하는 반면 다른 지역 주민은 지역이기주의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얼마전 송도로 이사한 정모씨는 “세금을 내는 지역 주민들에게 쓰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말했다. 서울의 구도심인 종로에 사는 최모씨는 “물질적인 불평등이 날로 커져 가는 데 각종 행정이나 정책이 이를 조절하지는 못할망정 심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