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장가
엄마의 자장가
  • 이경현
  • 승인 2024.06.08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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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이겨낸 피아니스트 이경미의 ‘치매엄마 15년 간병’

 

 딸 넷에 막내아들 하나, 5남매의 둘째인 피아니스트 이경미는 안과 의사인 남동생과 함께 살면서 부모를 모시고 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핀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그가 이번에 책을 내는 이유는 “한번 걸리면 금방 죽는 줄 아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치매 환자도 이겨낼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이다.
이경미는 노스캐롤라이나 음악원과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뉴욕 링컨센터 주최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 기념 공연’, 러시아 ‘백야 음악제’ 등 초청 연주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해 러시아 문인 아카데미로부터 외국인으로서 처음 최고예술상을 받은 피아니스트다. 음악밖에 모르던 그는 현재 환갑이 넘어 기력이 부치지만 어머니의 간병에 전념하고 있다. 신간은 이경미 어머니의 옛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고향은 북한 평양. 어릴 적 음악 영재로 발굴돼 재능을 인정받아 모스크바 국립예술원의 입학 허가서를 얻었으나 곧바로 6.25가 터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 책만 들고 남한으로 건너온 이야기부터 어머니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아버지를 만나 5남매를 낳아 키우고 치매에 걸리기 전까지 한 여자의 인생을 담았다.

# 치매에 걸린 어머니…“5남매 키워낸 여장군”
15년 전 갑자기 무방비 상태로 찾아온 어머니의 치매는 이경미와 가족 모두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에 치매라는 병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치매 환자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도 그리 좋지 않았으며, 병에 관련된 정보가 많이 없어 갈팡질팡 헤매기도 했다. 이경미 자신이 피아니스트로 성공하는 데 일등 공신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운 후 더 공부하고자 17세에 미국에 갔지만 배울 게 마땅히 없었다. 손이 작은 그에게 미국인 선생님들은 ‘이 작은 손으로 피아노를 어떻게 치니?’ 물으며 신기해했지만, 작은 손으로 어떻게 피아노를 쳐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 유방암 걸린 딸 못 알아봐 섭섭하기도…좌절의 시간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첫 5년은 생활이 뒤죽박죽이었다. 한순간에 어머니가 아닌 인간 오이숙이 된 거였다. 세월이 가도 늙지 않을 줄 알았던, 본보기인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이경미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에만 사로잡혀 있다 보니 더 복잡해지고 서로 감정이 부딪혀 힘겨웠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평화를 찾아갔다.
이경미는 반려견을 대하는 친언니를 보면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의 친언니가 때때로 두 마리의 반려견을 자식들보다도 아끼는 듯한 모습에서 ‘동물한테도 저렇게 사랑을 주는데 내 엄마인데 더 잘 해줘야지’ 하며 반성했고,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고쳐 잡았다.

# 결혼 안 해 자식 없지만…어머니 돌보며 강한 모성애 느껴
“이숙아~ 이숙아~ 아이 예뻐라.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쁘나~” 이경미와 그의 남동생은 ‘큰 아기’ 육아에 푹 빠져 지낸다. ‘엄마’라고 부르는 대신 ‘오이숙’ 이름 세 글자를 다정히 부르고,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어머니의 모습을 찾지 않고 딸로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말을 배우기 전 3~4세 때부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세상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고 음악만 바라보며 살았던 이경미. 오랜 세월 음악으로 타인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자 했다면, 이제 음악의 힘을 어머니에게 ‘올인’하고 싶다.

# 엄마와의 ‘기억 찾기 추억 여행’…15년째 삶의 원동력
옛날을 기억하는 어머니를 보며 이경미는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 어릴 적 일본에서 잠시 자랐던 그는 어머니가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 도쿄에 있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백화점에 모시고 갔고, 기억을 해내는 어머니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함께 ‘추억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유방암을 이겨내는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이경미는 가족의 사랑으로 삶의 의미를 일깨우고 의지를 찾는 소중한 계기를 얻었다. ‘언제나 강한 존재’였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부모의 사랑이 큰 헌신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다짐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가 돼 엄마 곁에 있겠다’고.

신간 『엄마의 자장가』가 누군가의 삶에 희망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어머니 곁을 묵묵히 지킨다. 모차르트의 명언 ‘사랑, 사랑만이 천재를 만드는 지름길’에서 영감을 받은 ‘사랑, 사랑만이 해결책’을 실현하며.

                                                                                       /출판사 리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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