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수일이 나이가 어떻게 되지” “예순인가 예순하나 됐을 걸” “그럼 할아버지네”
이같은 대화가 오갈 때 객석 사이를 뚫고 윤수일(61)이 무대에 올랐다. 곧바로 기타를 들더니 노래 ‘숲바다 섬마을’과 ‘아름다워’를 선사했다.
윤수일의 노래인생 40년 콘서트가 4월 2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환갑을 넘겼거나 곧 환갑을 맞이할 중장년 1000여명이 공연을 즐겼다. 관객들은 국민가요인 ‘아파트’를 비롯해 ‘사랑만은 않겠어요’ ‘황홀한 고백’ 등 20여곡을 들으며 잠시나마 1970년대와 80년대로 돌아갔다.
“귀한 시간 내줘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건넨 윤수일은 몸과 마음은 청춘인데 머리숱이 많이 빠진 것은 어쩔수 없다고 했다. 가발을 쓰고 나오려 했는 데 주위에 자연스런 모습이 낫다고 해 가발없이 무대에 섰다고 했다. 이어 ‘갈대’ ‘유랑자’ ‘도시의 천사’ ‘환상의 섬’ 등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영화 ‘국제시장’을 이야기하며 가수가 된 동기와 삶을 들려줬다. 월남한 어머니가 남한에서 자신을 낳았고 어머니가 음악을 반대해 기타를 세 개나 부쉈다고. 다문화 개념이 없었을 때 남다른 외모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으며 기타와 노래만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였다고. 지난 40년간 음반 24개를 제작하는 등 꾸준히 활동했다고.
인기 좋았을 때는 ‘오빠’ 소리를 들었는 데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오~빠’가 터져나왔다. ‘질투할거야’라는 우스개소리도 들렸다. 중간중간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자신이 키운다는 여제자 2명을 불러냈고 반주단이 연주솜씨를 뽐내며 추억의 노래를 함께 했다.

윤수일은 1977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40년의 세월은 가수나 관객 모두에게 청춘을 빼앗아갔다. 관객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더 이상 '황홀한 고백'을 하거나 '사랑만은 않겠어요'라고 다짐할만한 대상이 없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듯 했다.
김윤수(60)씨는 “지난 40년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며 “동년배인 윤수일 노래에 힘이 많이 빠진 것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정영자(66)씨는 "세월앞에 장사는 없는 것같다"며 "젊었을 적 윤수일은 정말 잘 생겼었다"고 했다.

이 날 무대는 생각보다 점잔했다. 조명은 화려했으나 음향도 조금 귀에 거슬렸다. 신나는 흥을 끌어내지 못해 중장년들의 지친 삶을 달래기에는 아쉬웠다. 공연이 끝나고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이 마련됐다. 100여명이 몰렸다. 아줌마부대가 90%였다. 윤수일은 공연이 어땠나며 팬들에 물어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