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일주 82일’ 퇴직자 “여행 꿈꾸면 일단 현관을 넘어라”
‘아메리카일주 82일’ 퇴직자 “여행 꿈꾸면 일단 현관을 넘어라”
  • 이두 기자
  • 승인 2025.02.1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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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은 굴레벗는 일… 자신이 원하는 것에 충실
퇴직 후도 루틴 중요… 여행 유투브 블로그도 운영
해발 4095미터의 볼리비아 엘알토 전망대. 수도 라파즈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82일간의 아메리카 15개국 일주를 짜릿하게 마친 이상록씨는 여행을 꿈꾸지만 주저하는 중장년들에게 일단 무조건 떠나라고 했다. 집 현관만 넘어서면 그 동안의 경험과 연륜으로 다 해결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메리카 일주’ 같은 여행을 꿈꾸는 중장년들에게 들려줄 말은
“두려워 말고 바로 떠나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도 가족의 반대에도 부딪혔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집을 벗어나야 합니다. 대관령이나 안데스 산맥보다 높은 현관령을 넘는 게 가장 큰일이죠. 일단 떠나 보세요. 다 됩니다.”
-원래부터 여행이 관심이 많았나
“저는 도보 여행, 자전거 여행, 해외 여행 다 좋아합니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걸어서 일주를 했습니다. 브롬톤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전국일주를 하기도 하고, 하와이에 자전거를 가져가 섬일주를 했습니다. 친구들과 우리나라 서북단 김포의 보구곶에서 시작해 서해, 남해를 거쳐 동해의 끝 고성까지 걷기도 했습니다. 이번 아메리카 일주를 통해 14개국을 돌아봤고, 세계 여러 나라를 둘러봤지만 아직도 가야 할 나라가 훨씬 많습니다. 다리에 힘이 남아 있는 한 여행을 소망합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 앞에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또 다른 여행 계획은
“지금도 우수아이아 마르티알 빙하를 찾아가던 찬 공기를 느낍니다. 피츠로이를 바라보며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이 다시 살아납니다. 이런 경험들을 어떤 것과 비길 수 있을까요? 올 해안으로 일본의 시코쿠를 일주할 생각입니다. 시코쿠의 88개 절을 도는 오헨로 길이 1,300km정도 되는데, 자전거를 타고 한 달간 돌아볼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북유럽으로 가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중국의 시안에서 투르키에의 이스탄불까지 비단길을 짚어볼 원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그와 유투브도 운영한다는데
“네이버 블로그 로기( https://blog.naver.com/evergr/223186897558)에 여행, 음식, 책에 대해 글을 쓰고, 유튜브 타보니(UCuRXbMsax9hMRB0ZhwbSSpA)에 여행 영상을 올립니다.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대학 특강 한다는 데 들려줄 내용은
“직장 생활을 마친 평범한 퇴직자가 혼자서 북미를 비롯 치안 문제가 있다는 중남미를 어떻게 여행했는지 알려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나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퇴사 바로 직후 당시 심정은
“자유로움입니다. 이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사람들과 만나는 것 끝냈다는 홀가분함이기도합니다.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얻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이기도 하지요.”
-정년 퇴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년퇴직은 굴레를 벗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출발점으로 봅니다.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많습니다. 일을 안 하고도 실업급여로 얼마간의 보상을 받으니 소득 크레바스를 메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른 곳에서 재취직 전화는 받지 못했나, 재취직 의사는
”친구에게 재취직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고맙지만 제안을 고사했습니다.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외국인 관광가이드 같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습니다. 월급쟁이는 36년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뒤따르는 퇴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퇴직 초년병이라….”
-퇴직 후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퇴직 이후에 나태해지지 않으려 하루 루틴을 지키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침상운동을 하고, 아내와 자락길 산책을 하고, 맨몸운동과 턱걸이를 합니다. 영어 읽기와 ‘말해보카’ 앱으로 영어 공부를 합니다. 책을 읽고, 블로그를 쓰다 보면 어느 덧 하루가 가더군요.”

아르헨티나 비글해협 유람선에서 여행객들과 함께 차한잔.

-부부 사이를 어떻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내와는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산책 등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고, 따로 지내는 시간을 가져 각자의 영역과 활동을 존중하려 합니다. 아침 산책까지 함께 하고 각각의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다시 얼굴을 마주합니다. 출가한 딸들과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특별히 달라진 점은 못 느낍니다.”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보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왜 그 시절로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나의 리즈시절이라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제2인생을 어떻게 펼쳐 나가고 싶나
“남은 인생을 게으르지 않게 건강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체력을 유지해서 어디든 가고 싶은 데를 내 두 발로 디디기를 원합니다.”
-인생 좌우명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하자. 자유를 누리자.”

미국 LA 패션 브랜드숍 핑크월 앞에서 힘찬 날갯짓.

-어떻게 나이들고 싶나
“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라다크 사람들은 늙는다는 것을 용도 폐기가 된다는 걸로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나이가 들어 늙어진다는 거는 지혜로워진다는 걸로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오랜만에 봤을 때 요전보다 좀 늙어 보입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덕담이라 합니다. 즉 더 지혜로워 보인다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여행을 통해 잘 늙어서 더 지혜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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