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연어는 돌아오는가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연어는 돌아오는가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12.06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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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의 연어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왔다. 유년기의 물과 흙냄새를 떠올리며 강을 거슬러 오른다. 사실 어릴적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저 먼길을 따라 끝없이 헤엄치고 헤엄친 기억 뿐. 그래서 어느 곳에 불현 듯 도달했고 그냥 이곳이겠지라는 느낌으로 정착했고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변했다. 몇가지 작은 생각만으로도 까르르 웃었던 나는 이제 수많은 생각의 번잡성에 허덕인다. 사납고 무시무시한 상어에게도 움추려들지 않고 폭풍우 속의 거대한 파도타기도 즐겼던 용기있는 지느러미는 이제 날이 꺾였다. 어릴 적 강을 내려와 넓은 바다로 나올 때는 어디든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돌아가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나는 그 어린 시절의 나일까?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느끼는 건 나는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것.물속에서의 긴 유영을 끝내고 싶다는 것. 뼈속까지 깊숙이 젖은 물기를 털어내고 따사롭고 평화로운 햇살에 젖은 몸을 말리고 싶다는 것. 이제 얕은 개울에 얼굴을 내밀고 코끝을 간지르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잠들 때이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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