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감당하기
그리움 감당하기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5.11.24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명의 친구를 떠나보냈다. H는 해외근무를 하던 중 사막에서 짚차가 전복되어 혼자 뜨거운 열사의 태양빛에 고통스럽게 죽었다. 젊은 아내와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남겨두고... K는 부모없는 외톨이로 자라 최신의학이 발달한 요즘 어처구니없게 폐결핵으로 죽었다. 문학도였던 그의 곁에는 타이프라이터만 놓여있었다. 그는 한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 P는 아내와 아직 어린 두아이를 남겨둔채 5층 빌딩에서 투신하였다. 죽기전 친구 여럿에게 자신의 죽을을 알렸지만 아무도 오지않았다. J는 희귀한 급성 혈액암으로 사망하였다. 그는 미처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기도 전에 눈을 감았다. 
  4명의 친구들의 죽음에 나는 책임이 있다. 지나고 보니 누구보다도 나와 친했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아꼈고 좋아했다. 나는 그들을 보살펴주지 못했다. 나는 나의 그림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버리고 그들의 곁에 있어줘야했다. 이 4명은 모두 가을에 죽었다. 10월이나 11월이었을 것이다. 이만때면 가만히 있다가도 흠칫 놀란다. 친구들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방문해온다. 그리고 말없이 앉아있다 떠난다. 흘러간 것은 그대로 먼 계곡으로 스러져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텅빈 하늘만 남아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하얀 달이 걸리면 말하고 싶다. 그립다고...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