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8/500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8/500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7.02.01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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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중의 8명은 편의점에서 1200원짜리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때웠다. 500명 중의 8명은 사귀던 사람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다. 500명중의 8명은 이가 아프거나 몸이 안 좋아 병원을 다녀왔다. 500명중의 8명은 아무 할일 없어 집에서 하루 종일 무료하게 보냈다. 500명중의 8명은 평일임에도 대낮 등산을 다녀왔다. 500명 중의 8명은 낮부터 마신 술로 저녁이 오기도 전에 취했다. 500명중의 8명은 다니던 일자리를 그만두거나 잃었다. 500명중의 8명은 집안에 항상 아픈 병자가 있다. 500명중의 8명은 뜻하지 않게 가족들과 다퉜다. 500명중의 8명은 밤에 나쁜 꿈을 꾸었다. 500명중의 8명은 젊은 여자가수의 죽음에 심란하였다. 500명중의 여덟 명은 약속장소에 친구가 나타나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 500명중의 8명은 길을 걷거나 차를 몰다 다칠 뻔하였다.

500명중의 8명은 뜻하지 않던 식사초대를 받았다. 500명중의 8명은 애타게 만들던 상대로부터 사랑의 허락을 얻었다. 500명중의 8명은 아프던 허리가 좋아졌고 두통도 사라졌다. 500명중의 8명은 기분 좋은 꿈을 꾸다 깨어났다. 500명중의 여덟 명은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통지를 받았으며 500명중의 여덟 명은 승진하거나 급여가 오른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500명중의 8명은 새집을 구하였고 500명중의 여덟 명은 가장 마음 맞는 친구들과 바다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500명중의 8명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무료입장권을 손에 넣었으며 500명중의 8명은 안 풀리던 일이 해결되었다. 500명중의 8명은 누군가에게 '사랑해' '행복해'라는 문자를 보냈다.

8/500은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다만 대략 그쯤의 일들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난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놀라운 일도 무심한 일도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면 남에게 일어난다. 세상은 일어나는 일들로 진행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다만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1.6%(8/500)의 확율로 그 나쁜 일들이 극적인 행운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적을 믿어라. 8/500을 불운의 숫자로 믿을지 행운의 숫자로 삼을지는 당신 스스로에게 달렸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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