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어머니 펄벅, 소설에서 한국을 칭찬하다
다문화어머니 펄벅, 소설에서 한국을 칭찬하다
  • 이두 기자
  • 승인 2018.10.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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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고상한 국민들이 살고 있는 보석같은 나라”... ‘살아있는 갈대’ ‘새해’ 등 한국 배경으로 한 소설 내

 

부천에서 열린 펄벅 문학 콘서트. 펄벅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면서 한국을 극찬했다.

부천에 펄벅(1892∼1973) 기념관이 있다. 노벨상을 받는 등 세계적 작가였던 펄벅 여사는 1967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고아와 혼혈아들을 돌봤다. 오늘날 ‘다문화의 진정한 어머니’였다. 부천시는 매년 펄벅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펄벅의 작품을 음악과 영상, 시낭송으로 소개하는 행사가 부천 펄벅공원에서 열렸다. 펄벅의 한국  작품과 부천과 인연을 알아본다.
◆음악으로 펼쳐진 펄벅 문학
 부천펄벅기념관은 지난 9월 29일(토) 오후 5시, 펄벅공원에서 문학유산 콘서트를 개최했다. 펄벅의 소설을 음악, 영상, 시낭송 등 다양한 콘텐츠로 소개했다. 콘서트에서 펄벅의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The Living Reed)를 다뤘다. 11월 10일(토) 개최되는 두 번째 콘서트는 ‘새해’(The New Year)를 주제로 진행된다.
 부천문인협회 임주희 시인의 시 낭송과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The Living Reed)에 대한 내용 등 펄벅과 한국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천펄벅기념관 김광연 관장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펄벅의 소설을 재조명하고 음악, 영상과 함께 펄벅의 삶과 정신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공연을 준비했다”며, “지역 작가들과 연계해 펄벅이 한국을 바라본 관점을 담고 펄벅의 삶을 스토리텔링한 그림책도 제작해 10월 중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펄벅을 생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여러 편을 남겼다. ‘살아있는 갈대(처음 제목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새해’ ‘한국에서 온 두 처녀’ 등이다.
 펄벅은 소설에서 한국을 칭찬했다. "한국은 고상한 국민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다. 이 나라는 주변의 중국·러시아·일본에는 알려져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서구 사람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라고 했다.
"조선인들은 대단히 긍지가 높은 민족이어서 어떤 경우에도 사사로운 복수나 자행할 사람들이 아니었다"라거나 "갈대 하나가 꺾였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는 다시 수백 개의 갈대가 무성해질 것 아닙니까? 살아 있는 갈대들이 말입니다"라는 대목에서처럼 소설 곳곳에 한국인을 향한 경의와 애정이 묻어난다. '살아 있는 갈대'는 1963년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타임스'가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부천 펄벅기념관 전경.

◆‘살아 있는 갈대’ 는 독립투쟁 전설적 인물
소설 ‘살아있는 갈대’(초판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는 1963년 출간됐다. 구한말부터 1945년 광복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4대 가족사에 얽힌 파란만장의 삶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치밀한 고증작업과 극적인 구성으로 형상화한 대작이다.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대지>이후 최대의 걸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펄 벅이 한국에 보내는 애정의 선물’이라고 평했다.
 작품은 주인공 김일한이 둘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김일한은 주변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가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는 격동기의 구한말에 왕실의 측근으로서 미묘한 조정의 갈등에 깊이 개입한다. 대원군 축출사건과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한국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주도권 싸움 끝에 일본에 의해 강제 병합이 이루어지자 그는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두 아들 연춘과 연환을 가르치며 지낸다. 성장한 연춘은 독립투쟁을 위해 집을 떠나 지하운동에 가담하고 교사가 된 연환은 독실한 기독교인 동료교사와 결혼한 지식인으로서 일제의 탄압에 대항한다. 그러던 중 연환은 3․1운동 때 불타는 교회에 갇힌 아내와 딸을 구하려다 함께 죽고 홀로 남은 아들 김 양은 할아버지 김일한이 키운다.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 되었던 연춘은 탈옥하여 중국과 만주일대를 누비며 독립투쟁을 계속하여 ‘살아있는 갈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전설의 인물이 된다. 연춘은 북경에서 뜻을 같이하는 한녀라는 여성과 함께 지내다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 남경으로 떠난다. 그 후 한녀는 연춘의 아들 사샤를 낳은 후 병들어 죽고 아이는 고아원에서 지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사샤는 한국으로 돌아오다가 귀국길에 오른 연춘과 우연히 만나 서울에 있는 할아버지 김일한의 집으로 온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긴박한 현실 속에서 한국인의 사랑이 그려지고 있다.
소설 ‘새해’는 1968년 발표된 작품이다. 남편의 숨겨진 아이를 찾아 떠나는 아내 로라의 여정을 다룬 가족 소설이다. 자신의 안락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과, 그것을 포기하고라도 사랑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인간성 사이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상실감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한 가족의 탄생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역사의 비극을 넘어선 인간적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펄벅의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표지.

◆부천에 1967년 희망원 세워 혼혈아 돌봐
펄벅은 1967년 부천시 심곡본동에 소사희망원을 설립해 고아·혼혈아동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쳤다. 소사희망원은 기업인인 유일한(1895∼1972)이 기부한 유한양행 소사공장 터(성주산 아래) 3만3058㎡(약 3만 평)에 들어섰다. 훗날 펄벅은 "수백 명의 아메라시안 아이들이 참석한 개원식 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술회했다. 1975년 문을 닫을 때까지 소사희망원에는 2000여 명의 혼혈아가 거쳐 갔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란 펄 벅은 1931년 소설 '대지'를 선보이고 1933년 '아들들'과 '분열된 일가'를 잇따라 펴내 3부작을 완성했다. 이 작품으로 1932년 퓰리처상을 받은 데 이어 1938년에는 미국 여성작가로는 최초로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 땅에 뿌리박고 사는 중국 농민 왕룽과 오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대지'는 세계 각국에서 출간됐고 영화로도 꾸며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펄벅이 한국을 무대로 한 또 다른 걸작 '살아 있는 갈대'(초역 당시 제목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를 집필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6년 펄벅기념관 개관,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
부천시는 소사희망원 자리에 2006년 부천펄벅기념관을 세웠다. 한국펄벅재단은 지금도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살아 있는 갈대' 초판본을 비롯해 80회 생일 때 소사희망원 출신들에게서 선물받은 산수화, 타자기, 가방, 머리핀 등 유품 2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펄벅문학상 공모, 그림 그리기 대회,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펄벅재단은 지금도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펄벅여사의 탄생일인 6월 26일을 전후해 펄벅을 기리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도 열린다. 해마다 시민 참여로 열리는 펄벅문학상과 펄벅 탄생 기념 그림그리기 대회, 펄벅 서거 추모식 등도 개최한다. 펄벅문학상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으로 지난해는 작품 300여 편이 접수돼 접수 규모로는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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