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보장' 대학 시간강사법, 영영 물건너 갈 듯
'최소보장' 대학 시간강사법, 영영 물건너 갈 듯
  • 이두 기자
  • 승인 2015.12.14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시간강사법이 또 연기된다. 사진은 지난 여름 연세대 교정내 공사 장면.

  김순철(52)씨는 시간강사만 17년째다. 강원 충청 경상도에 있는 대학을 돌아다니며 평균 1주일에 1회씩 시간강사를 했다. 지금은 지방의 한 대학만 출강한다. 남은 건 좌절감과 포도청인 목구멍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원 강사로 뛴다. 수입은 학원이 훨씬 낫다. 교수의 꿈을 접은 지 오래다. 오래전인 30대 후반 서울의 한 대학과 교수자리를 놓고 섭외를 벌였다. 친한 선배가 다리를 놓았다. 학교측의 요구가 무리하다 싶어 여러차례 망설임 끝에 포기했다. 지금도 후회로 남는다. 선배 왈 “니가 그렇지, 뭐”
 한설희(47)씨는 12년째 시간강사다. 지방강의를 마치고 다음날 다른 학교 강의를 위해 지방에서 자는 일이 다반사다. 운이 좋으면 마음이 맞는 몇몇 시간강사들끼리 저녁 식사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4시간 사우나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는 대학 텃세, 지방 텃세에 이골이 났다고 했다. 특별한 인맥이 없는 그는 “교수 사회요, 대한민국 어느 집단보다 인맥이 위세를 떨지요”라고 말했다. 시간강사법이 또 유예된다는 뉴스에 “다람쥐같은 우리네 인생에 뭐 볕들날이 있겠냐”며 쓴웃음을 날렸다.
 2016년부터 시행예정인 시간강사법이 또 연기될 것같다. 새로 시행될 시간강사법은 강사 계약 1년이상(지금까진 학기단위), 공개 채용 임용 절차(현재는 학교 당국 재량), 강사에 교원 지위 부여, 1학기 9학점 강의, 4대보험 보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용직보다도 못한 처우를 현실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시간강사법 연기의 가장 큰 이유는 대학반대와 준비부족이다. 대학들은 오랫동안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각종 시설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방대학들은 더 심하다. 정원조차 채우기 힘든 현실에서 시간강사에 대한 비용 상승은 대학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상당수 시간강사들도 시간강사법을 반대한다.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들은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 자리를 없애거나 크게 줄이려고 한다. 그러면 전체적인 처우 개선이 아니라 시간강사들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는 2011년부터 시간강사법 제정을 추진해왔으며 국회서도 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강사 대량 해고 등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자 시행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시간강사들은 정부가 4년여간 뭘 준비했는 지 모르겠다며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분노했다. 그들은 "정부가 2018년에 시행한다고 하지만 그때는 대학의 현실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시간강사법은 물 건너간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