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왜 '서울'을 '세울'이라 부를까(우리땅 이야기 2)
외국인은 왜 '서울'을 '세울'이라 부를까(우리땅 이야기 2)
  • 최재용 객원
  • 승인 2019.01.2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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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이름 유래 3편으로 나뉘어 연재

서울, 그리고 한양
올해는 우리 겨레의 문자인 한글이 태어난 지 576년째 되는 해이다. 1443년에 창제된 한글(훈민정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태어난 때가 명확히 밝혀져 있는 글자이다. 그런데 만약 그때 세종 임금께서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래서 만약 한글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문자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한자(漢字)를 활용해 우리말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알파벳(alphabet)을 이용한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알파벳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이 100여 년 정도밖에 안 됐다. 반면 한자는 한글이 탄생하기 이전에 이미 1000여 년이 넘게 사용돼 왔으니 한자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할 것이다.
 실제로 한자는 한글 탄생 훨씬 이전부터 우리말 표기에 사용되고 있었다. 잘 알려진 이두(吏讀)와 향찰(鄕札)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한자를 중국어나 한문(漢文)과는 다르게 우리말의 어순(語順)에 따라 썼다. 또 순 우리말 단어들(특히 이름)을 비슷한 발음의 한자로 바꿔 쓰기도 했고, 한자의 뜻에 맞춰 우리 단어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현하는 방식을 한자 차용 표현(漢字 借用 表現)’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차용 방식에 일관성이 없고, 하나의 소리를 나타내는 데도 여러 한자들이 다양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오늘날 이를 해석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자는 중국어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이다. 그런데 중국어와 우리말의 자음·모음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자로는 우리말을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예를 들어 우리말 둥그스름하다라는 단어를 한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쓰는 한자 중에 ’, ‘’, ‘라는 발음을 가진 한자는 없다. 따라서 같은 소리를 가진 한자를 찾아서 쓸 수는 없고, 그 뜻에 맞춰 (둥글 원)’자 정도를 써서 나타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둥글다둥그스름하다는 어감(語感)에 차이가 있어 쓰임새가 다른 단어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상고사에 보면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조 숙종 임금이 (왕비 폐위를 반대하는 신하) 박태보를 심문하면서 이리 저리 잔뜩 결박하고 몽우리돌로 때려라라고 명했는데 (이를 옆에서 받아 적던) 주서(注書) 고사직(高司直)이 서슴없이 必字形縛之, 無隅石擊之(필자형박지, 무우석격지)’<한자 자 모양으로 묶고 모나지 않은 돌로 때려라>라고 썼다. 그래서 크게 숙종의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들은 궁정의 가화(佳話)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이지만 반면에 남의 글을 가지고 내 역사를 기술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볼 수 있는 예들이다.
이리저리 묶으라이리저리라는 우리말을 표현할 한자 단어가 없으니 마치 줄을 여러 갈래로 내려 묶은 듯한 모양의 글자 을 끌어와 必字形이라 썼다는 말이다. 몽우리돌<>가 없는<> <>’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보면 고사직의 임기응변(臨機應變)을 평하기에 앞서 한자로 우리말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알파벳 등 한글을 제외한 어느 다른 글자를 써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오늘날 서울을 알파벳으로 ‘Seoul’이라고 쓰지만 영어 화자(話者)들은 이를 대개 [쎄올]이나 [쎄울] 정도로 발음하지 결코 [서울]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알파벳 역시 우리와 자음·모음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서울]이라고 정확히 발음하도록 쓸 수 있는 글자가 없는 것이다.
한편, 현재 중국인들은 서울을 首爾(수이)’라고 쓴다. 이를 그들의 발음으로 읽으면 [쑈우얼]과 비슷하니 글자의 뜻과는 관계없이 서울과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붙여서 지은 이름이다. 이는 앞서 얘기한 한자 차용 표현과 같은 방식인 셈이다.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땅 이름들은 거의 모두가 이처럼 우리말을 한자로 나타내는 무리한 과정을 거치며 오랜 세월에 걸쳐 변해 온 것들이다.
이 점과 이전 글에서 황소(<한쇼)’를 예로 들었던 것처럼 우리말의 변화를 함께 염두에 두고 이제부터 구체적인 땅 이름들의 뜻을 하나씩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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