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서울은 '새로운 마을' 이란 뜻(우리땅이야기3)
지명 서울은 '새로운 마을' 이란 뜻(우리땅이야기3)
  • 최재용 객원필진
  • 승인 2019.01.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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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옛이름 '서라벌''서벌'에서 나온 말
경주 한 도시를 가리키다 수도를 뜻하게 돼

서울, 그리고 한양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다. 그럼 서울이란 무슨 뜻일까.
이는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삼국시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慶州)의 옛 이름 서라벌(徐羅伐)’ 또는 서벌(徐伐)’에서 나온 말이다
. 이중 서라벌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단어인데 그 뜻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서라벌이나 서벌은 당시에 쓰이던 우리말 이름을 비슷한 발음의 한자로 바꿔 적은 것(한자 차용 표현)이다. 그리고 그 당시 쓰이던 우리말 이름은 아마도 새벌이었을 것으로 본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발음은 오늘날의 [새벌]과는 다소 달랐겠지만 새벌이라는 뜻을 가지고, 이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어떤 이름이었을 것이다. '새벌+ 의 구조이다. 이중 는 우리말의 여러 땅 이름에서 어떤 땅들의 사이()’, ‘새롭다’, ‘<>’, ‘<>’, ‘<>’, ‘동쪽’, ‘(태양)’ 등 무척 다양한 뜻으로 사용됐다. 따라서 이 중 어떤 것으로 해석할 것인가는 그 땅의 지형(地形)이나 역사, 옛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 등을 두루 따져 보고 결론 내리는 수밖에 없다. 이중 사이가 된 것은 발음이 줄어든 것이고, ‘새롭다는 뜻은 지금도 새 옷등에 쓰이는 것과 같다. ‘라고도 함은 억새같은 단어를 통해 알 수가 있고, ‘의 발음이 바뀐 형태이다.
동쪽을 뜻한다는 것은 새벽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별을 샛별(+ + )’이라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샛별은 흔히 새벽별이라는 뜻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사실은 동쪽에서 뜨는 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동풍(東風), 즉 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순 우리말로 샛바람이라고 한다.
 이처럼 동쪽은 해가 뜨는 곳, 즉 새로운 하루를 여는 곳이기 때문에 새롭다거나 처음이라는 뜻도 갖는다
. '새<太陽>’를 뜻하기도 함은 현대어 닷새, 엿새할 때의 (날짜)가 바뀌는 하루를 뜻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가 있다. 해가 떴다가 지고 다시 새로 뜨면 하루가 바뀌는 것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 동이 튼다는 말을 쓰는데 이는 ‘(새로 해가 뜨면서) 동쪽이 환하게 트인다는 뜻이다. 같은 의미에서 새벽이라는 단어도 새롭게 밝아온다는 뜻의 새ᄇᆞᆰ이 변한 말로 추정된다. 이런 여러 뜻 가운데 서울을 나타내는 새벌새롭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다르게 높다, 고귀하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처럼 다른 해석을 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새롭다로 해석하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한편 새벌벌판이라는 뜻이다
. 옛날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짓거나 사냥을 하며 살았다. 이런 곳을 ’, 즉 벌판이라 불렀다. 이 ’<>과도 통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이에 대해 “(원시 인류가) 농사를 지을 때 처음에는 대개 불의 힘을 이용해 초목을 태워서 밭을 만든 뒤 비로소 시작하기 때문에 옛말에서 들을 (=)’이라 하였던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벌판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벌판은 하나의 마을이 되고 크게는 나라가 됐다. 이에 따라 이라는 말도 단순한 벌판에서 동네, 마을을 거쳐 나라, 이라는 쪽으로 점차 의미가 넓어졌다.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라는 글자를 가진 땅 이름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마을정도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새벌’(서울)이란 새로운 땅(마을)’이라는 뜻이 된다. 박혁거세(朴赫居世)가 나라를 세워 새롭게 자리를 잡은 땅이라는 얘기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말이 당시에 정확하게 어떤 발음으로 불렸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뜻은 새벌새로운 땅이었으리라는 것이다. 이 말은 다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음이 변했고, 훈민정음이 창제된 15세기의 문헌에는 서울을 뜻하는 단어로 셔ᄇᆞᆯ(++ )’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발음이 또 바뀌어 오늘날 서울이 됐다.
이렇게 발음이 바뀌는 동안 뜻은 점점 더 넓어져 처음에는 한 마을을 가리키던 것이 경주(서라벌)라는 한 도시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가 이제는 한 나라의 수도(首都)를 뜻하게 됐다.

최재용은 인천토박이다. 동인천고,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인하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30년간 조선일보 기자 생활을 했다. 이전 부천시에 있는 소명여고에서 국어교사를 지냈다. '월미도가 달꼬리라구?’(다인아트·2003),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21세기북스·2015, 2016세종도서로 선정) 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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