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어도 좋다(노년읽기3)
노인이 되어도 좋다(노년읽기3)
  • 시니어오늘
  • 승인 2019.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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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96세에 패션쇼...양로원은 일반 아파트같아
노인 세대를 이해하는 사회적 풍토 조성되었으면

'96세의 노인이 패션쇼를 한다니 놀랍지 않으세요? 정말 아름답네요. , 보세요. 젊은이 못지 않게 세련됐잖아요.’

몇년전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 도시의 시립 생떽쥐베리(Centre St-Exupéry)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화려한 패션쇼를 개최했다. 지역 의상실이 협찬하고 국영 제3방송(FR3 TV)내 얼굴의 주름과 함께라는 제목의 지역소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프랑스 전역에 방영했다.
당시 프랑스 대학과의 노년학 관련 공동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실무협의를 위해 브레스트 지역 소재 브르따뉴옥시당딸대학(UBO)을 다녀왔다. 노년학 관련 전문가를 권위 있게 육성하고 있는 이 대학의 안내로 노인시설에 대한 현장학습의 기회도 갖게 됐다. 생떽쥐베리 양로원과 브레스트 은퇴자협회(Office des Retraites de Brest)를 돌아보며 고령사회의 정착을 이룬 프랑스 노인사회의 일면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노인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노인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75세부터 102세에 이르는 노인 12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생떽쥐베리 무료 양로원은 획일화된 노인시설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아파트와 같았다. 젊었을 때 쓰던 침대를 들여놓고, 아끼던 소장품으로 방을 장식하고 때로는 식사도 직접 만들고, 가족들을 만나고, 취미활동을 하고, 쇼핑 나들이도 하고… 금연의 장소도 아니다. 구엥(Guen)원장은 노인들의 흡연을 휴식’ ‘즐거움정도로 설명했다. 그러나 더 많은 예산지원을 희망하고 적은 인력이 직무 이외의 기능을 습득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고심하는 모습은 우리의 노인시설과 다를 바 없었다.
노인들이 직접 해설과 취재를 맡은 내 얼굴의…프로그램은 젊은 세대와의 대화와 제2차 세계대전의 방공호를 찾아 전쟁의 공포와 후유증 을 회고하는가 하면, 기지에 찬 몰래카메라를 제작하는 모습 등 건강하고 능동적인 노인들의 하루를 담고 있다. 우리의 노인시설에서 고심하고 있는 노인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 참여하고 즐거워하는 노인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난 어느날 얼굴의 주름을 보고 내 스스로가 늙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여자들이란 외모에 민감하잖아요?’ ‘(은퇴자 유도장에서) 언제부터 시작했지요? / 은퇴 후부터요. / 그럼, 언젠가 나도 할 수 있겠네.’ ‘우리 양로원은 여자 10명에 남자 1명꼴이야. 경쟁이 심해. 그러나 사랑을 해도 남자가 먼저 떠나지… ’ ‘암 선고를 받고, 수술하는 칼을 보며 아주 태연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의사가 놀라워하더군.’ ‘TV에서 추억의 영화를 보는 것이 좋아, 옛날 배우들을 보는 것이 좋거든.’ ‘내 몸을 내가 맘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야.’ 이러한 내용들이 프랑스 노인들의 24시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방영한 FR3 TV의 젊은 제작진들은 우리도 30, 40년 후면 저렇게 노인이 된다. 우리가 볼 때 노인들의 삶이 괜찮아 보인다. 노인이 되어도 좋겠어…하고 결의에 찬 모습들로 편집 모니터를 고르고 있었다.
1천여명의 회원을 둔 브레스트 은퇴자협회는 체육, 미술, 음악, 연극, 레저, 컴퓨터교육, 아동지도, 자원봉사 등 전문직 은퇴자들의 다양한 클럽활동을 조직하고 지원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실버시터(silver- sitter)가 등장하고, 퇴직자의 전문지식을 활용하고자 하는 금빛 평생교육봉사단사업계획이 교육인적자원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회에 공헌하고 영향을 주려는 노인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노인이 되어도 좋겠다라는 배경은 노인세대를 이해하는 심리사회적 풍토의 조성이며, 선진 노인문화를 형성해 나갈 세대간의 공동 노력이다. 그러나 단편적이고 강제적이며 무료한 여가생활의 연속이 아닌 사회 속에서 소외되지 않는 노인들의 일상을 구현할 사회 각 분야의 관심과 지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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