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다방에 추억은 없었다
추억의 다방에 추억은 없었다
  • 이두 기자
  • 승인 2015.11.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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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에게 다방하면 ‘내가 찾는 방 다있다, 다방’의 부동산 중개 광고를 떠올릴 것이다.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이잉~’ 애교를 날려 일약 스타가 된 아이돌 혜리씨가 모델이다.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다방은 추억(?)을 떠올리는 곳이다. 젊은 시절에 레지나 마담과 썸을 타며 한번 엮어보려고(?)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이른 아침이면 날달걀을 푼 쌍화차나 대추차가 테이블에 놓인다. 젊은 레지는 짧은 치마를 입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껌을 짝짝 씹으며 커피를 날라준다. 테이블에 커피를 놓을 때면 손가락 메니큐어가 눈길을 확 잡는다. 옆에 바짝 다가붙으며 자기도 커피 한잔 시켜달라며 억지웃음을 날린다.

압권은 다방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경우다. 둘다 단골이다. 거의 매일 온다. 아버지는 마담에게, 아들은 젊은 레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아들은 아버지가 아침 일찍 다방으로 출근해 통상 오후2시까지 머문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오후에 다방에 들른다. 친구들과 당구 게임을 치른 그날도 아들은 오후 5시쯤 다방을 찾았다. 레지에게 눈웃음을 날리고 목이 말라 사이다를 시켰다. 그런데 아뿔싸.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걸쭉한 목소리가 들린다. 술한잔 걸친 아버지가 마담의 손길이 그리워 오후에 다시 다방을 찾은 것이다. 아버지의 웃음이 저렇게 호탕했던가. 마담의 코맹맹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아버지는 숨이 넘어간다. 아들은 아버지와 마주치지 않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생각하는 순간….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는 다방을 노래한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대도시에 다방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구도심에 가면 가뭄에 콩나듯이 눈에 띈다. 얼마전 점심 후 동료와 커피를 마시러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바로 눈앞에 다방이 보였다. 신장개업이란 글귀와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퀘퀘한 냄새가 먼저 우리를 맞았다. 주인 말씀이 문을 열어놓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구석에 먼저 온 60대후반의 손님과 중요한(?) 일을 하다 일어서는 것같은 여주인이 우리에게 선방을 날리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요즘도 다방이 있네, 장사 잘되냐”고 말을 건네니 일당 정도는 갖고 간다고 했다. 일당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방이나 다른 유흥주점에 나가 일하는 것보다는 편하다고 했다. 좌석마다 칸막이가 되어있다. 뭘 하라는 것인지 알쏭달쏭.

계산대로 갔다. 커피값이 한잔에 5000원. 아이고, 커피전문점보다 더 비싸다. 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려 하니 안된다고 했다. 현금 1만원을 냈다. 영수증을 달라고 하니 없단다. 마음먹고 찾은 다방은 과거만 선물했지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추억은 없었다.

최근 일부 지방에는 휴게실이란 간판을 달고 티켓 다방이 아직까지 성업중이라고 한다. 동아일보는 11월 17일자로 참외의 고향인 경북 성주에 다방이 135개가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티켓다방이라고 보도했다. 월800만원을 버는 여종업원도 있었으며 성매매도 은밀히 이뤄져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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