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천시장 비서실장이 새로 임명됐다. 그는 40여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말 정년퇴직했다. 인천시대변인을 거쳐 문화체육국장, 인천유나이티드 사장, 경제자유구역청장 직무대행 등 주요 요직을 지냈다. 지난해는 새로 생긴 인천관광공사 사장설이 나돌기도 했다.
공직사회에서는 고위직(2급)까지 지낸 거물이 4급 자리에 앉았다며 "인천에 사람이 그렇게 없냐"며 수군거린다. 후배들이 맡아야 할 자리를 차지해 못마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만의 인사스타일로 자신이 아는 사람만 쓰다보니 '예스맨'을 찾았다는 비판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특수하다. 때에 따라서는 시장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하며 시장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격보다는 능력과 소통, 화합 등 시민과 시정에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이다.
지난 10년새 당이 다른 소속의 시장이 번갈아 당선됐지만 그는 계속 요직을 맡았다. 공무원은 통상 4급(인천시의 경우 과장급)만 되면 알게모르게 시장이나 여당 야당 관련 라인이 형성된다. 3급인 국장같은 고위직은 더하다. 시장이 바뀌면 잘 나가던 사람도 한 순간에 한직으로 밀려난다. 그런데도 꾸준히 요직을 맡았다는 것은 그 나름의 처세가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이 어떤 어려운 일을 맡겨도 잡음없이 처리해왔다. 안상수 시장 때 일부 업무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문제없었다. 지난 송영길 시장때는 살림살이가 어려운 인천유나이티드 사장을 맡았다. 사실상 좌천성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하는 등 시민축구단을 이끌어왔다. 초창기에 여러 곳을 직접 찾아가 협찬을 부탁하는 일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으나 잘 넘겼다.
대변인 시절엔 수많은 기자들과 상대했다. 물고 늘어지고 각종 요구를 하는 기자들을 상대하기란 쉽지않다. 그러나 기자들과 등을지지 않았다. 그는 남이 부탁하면 면전에서 거절하지 않는다. 일단 알아보겠다 하고 나중에 해결이 안되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식이다.
세상살이를 어느정도 한 중장년에게는 보이지 않는 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속된말로 남이 잘되는 꼴을 못보는 인간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제라도 자신의 인생을 꽃피우려면 주변에 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우선은 남들보다 오랜동안 나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는 지 되돌아보는 건 어떨지. 내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적은 만들지 않으려는 비서실장의 처세는 배울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