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죽음을 모른다. 젊을 때는 죽음이 두렵다. 나이가 들면 죽음이 싫다. 죽기 좋은 나이란 없다. 죽기 좋은 때는 있다. 그것은 이율배반적이게도 '아름다운 때'이다.
예전에 절세의 미모를 지닌 여자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미모를 찬양했다. 그녀는 신에게 기도했다. 영원히 죽지않게 해달라고. 신은 간절한 청을 받아들여 그녀에게 불사의 생명을 하사했다. 그녀는 죽지않고 수백년간 늙어만 갔다.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아이들은 돌을 던졌다. 그녀는 조그만 항아리에 들어가 절규한다. 신이여 저에게 제발 죽음을 주소서….
그녀는 죽음의 때를 놓쳤다. 죽음조차 외면하는 삶은 그 무엇보다 비참하다. 우리는 “아름다울 때 떠나고싶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자기를 지켜내는 힘이다. 나의 자존심이 남아있어 내가 나를 밀쳐내지 않고 자기를 발견하고 일깨우고 걷고 달려나가게 하는 힘. 어떤 상실에도 자기의 화원을 가꾸고 거기에서 딴 한송이 꽃을 타인에게 건네줄 수 있는한 아름다움은 몰락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다. 시간이 되면 받아들이면 된다.
죽음은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은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주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장치임을 받아들이라.
송호준:58년 개띠. (현)수산물유통 물고기자리 대표. 고려대 영문과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인터넷한겨레기획위원, SK마케팅 고문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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